지난해 간 이식수술을 받은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캘리포니아주(州) 의회를 통과한 장기이식 관련 법안 도입에 '숨은 공로자'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5일 잡스가 이식받을 간을 구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뒤 장기기증 희망자 관리 제도를 도입하도록 주 정부에 요구한 뒷 얘기를 보도했다.
잡스는 간 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은 후 이식 받을 간을 구하고자 미국 전역을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는 장기기증 희망자와 환자를 관리하는 중앙정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가 없기 때문. 환자들은 장기를 기증받기 위해 스스로 직접 병원을 찾아 의사 면접과 각종 검사를 거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멀티 리스팅(multi listing)' 과정을 밟는다. 병원은 대기자 명단을 먼저 찾고, 없을 경우 국립병원 등록환자를 찾는다. 그도 수많은 병원을 찾아 헤맨 끝에 테네시 주의 20대 남성한테서 간을 이식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잡스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해 이식 받을 간을 찾는 이들은 3,400여명인 반면 실제 간을 이식 받은 환자는 고작 67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400명은 이식 받을 간을 찾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식수술을 받고 회복한 잡스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만나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간을 이식 받으려고 기다리다 목숨을 잃은 사람 가운데 나도 낄 뻔했다"며 관련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엘렌 알퀴스트 주의회 상원의원에게 잡스의 사연을 얘기했고 장기기증 등록제도 도입에 관한 법안이 지난주 캘리포니아 상원 보건위원회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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