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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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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한재초등학교 느티나무

입력
2010.04.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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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잎 돋는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가 내쉬는 숨을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다

그네를 뛰고 공을 차던 아이가

반백이 되어 돌아와 행하는

봄맞이 의식이다

이조의 태조 이성계가

기우제를 지냈다는 나무

방방곡곡 제법 돌아다녀본 뒤에 보아도

이 땅에서 가장 웅숭깊은 그늘을 거느린 나무

그 그늘 아래서 글을 익힌 게

은근히 자랑스러운 나무

오물오물 움질움질

새 잎 돋는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의 숨결이

나의 숨결이 될 때를 기다린다

나무의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될 때를 기다린다.

● 경기도 일산, 제가 사는 동네에는 라페스타라는 유흥가가 있습니다. 언젠가 오후에 거기 있다가 배달차가 오는 순서를 지켜본 일이 있어요. 제일 먼저 자동지급기에 넣을 현금수송차량이 왔구요, 그 다음으로 술을 배달하는 차들이 도착하더군요. 얼마 있으니 이번에는 음식 재료를 배달하는 차들이 왔습니다. 사람들은 제일 늦게 와서 다들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돌아가더군요. 올 봄에는 그 라페스타의 입구에 선 벚나무 아래에 자주 앉아 있었습니다. 세상은 시끄러워도 벚나무는 말이 없더군요. 그저 꽃잎만 한 점 두 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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