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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인협회, 울산 남구 '고래의 날' 기념 낭독의 밤 행사/ "고래가족을 바다의 시인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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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인협회, 울산 남구 '고래의 날' 기념 낭독의 밤 행사/ "고래가족을 바다의 시인으로 모십니다"

입력
2010.04.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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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고래가족은 바다를 노래하는 대표적인 동물로 사람을 꿈꾸게 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아름답고 활기찬 희망의 시를 들려주기에 울산 고래바다를 대표하는 바다의 시인으로 모십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 이건청."

돌고래 3마리가 시인이 됐다. 24일 오후 울산 남구 장생포동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열린 '돌고래를 위한 낭독의 밤' 행사에서 한국시인협회가 이들 고래에게 '자연시인증'을 수여한 것이다. 이건청 시인을 회장으로 지난달 새 집행부를 꾸린 시인협회는 생태보호운동의 일환으로 천연기념물 등 희귀 동식물을 '자연시인'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이날 처음 실행에 옮겼다.

자연시인 제1호가 된 고래들은 지난해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울산 남구는 이들에게 고아롱(10세ㆍ수컷), 장꽃분(10세ㆍ암컷), 고다롱(5세ㆍ수컷)이란 이름을 붙이고 '고래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는 이벤트도 가졌다.

울산 남구에서 지정한 고래의날(4월 25일)을 기념해 '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회장 정일근 시인)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자연시인 돌고래들에게 고래와 관련된 인간의 시와 노래를 들려주는 순서로 꾸며졌다.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 등 참석자 100여명은 소리에 민감한 돌고래들이 놀라지 않게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시 낭송을 하고, 박수 대신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이채로운 풍경을 보여줬다.

최근 울산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 58점을 소재로 한 시집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를 펴낸 이건청 시인협회장은 "시는 쏟아져 나오지만 고래들이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활력과 신명, 환희에 버금갈 만한 감동을 주는 시는 지극히 적다"는 말과 함께 새 시집에 수록된 시를 낭송, '신입 회원'들을 환영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최동호 고려대 교수는 "고래는 어릴 적부터 내게 꿈과 상상을 불러일으켰던 동물"이라며 자작시 '반구대 향유고래 사랑 노래'를 낭송했다. 한국펜클럽 이사 최금녀 시인은 "마치 고래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초청된 것 같다"며 고래를 '검은 연미복의 백작'에 비유한 자신의 시를 낭독했다.

시인협회는 오는 10월 연례 세미나를 울산에서 개최, 고래문학의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고 고래를 소재로 한 시를 묶어 시집도 낼 계획이다. 정일근 시인은 "한반도 연안에는 밍크고래, 낫돌고래, 상괭이가 주로 발견되는데, 4~8월이 바다에서 고래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최적기"라며 "더 많은 고래가 우리 바다로 돌아올 수 있게끔 생태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글ㆍ사진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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