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동 화학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량을 늘리지만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합성수지입니다. 때문에 부가가치 높은 고기능성 제품에 승부수를 띄워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중국이 자동차 최대 생산국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무게를 가볍게 하는 복합소재 개발 등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특수 수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살려 나가야 합니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20일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 국제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세계 3대 플라스틱 전시회 '2010 차이나플라스(ChinaPlas)' 현장. 이 곳에서 만난 국내 대표 화학회사의 두 최고경영자(CEO)들은 중국 공략 전략을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차이나플라스는 독일의 K, 미국의 NPE와 함께 세계 3대 석유화학 산업 전시회로 꼽히고 있다. 1987년 시작해 올해로 24회째인데 호남석화, 삼성토탈을 비롯해 엑손모빌, 사빅, 듀퐁 등 35개 나라 1,900개 기업들이 참가해 4일 동안 새 제품과 기술력을 뽐냈다. 특히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규모 면에서 역대 가장 컸다는 게 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호남석화 관계자는 "플라스틱 산업의 경우 아시아가 연 평균 7%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석화 시장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 자료를 보면 합성수지의 주요 원료인 에틸렌의 경우 올해 중국 내 수요는 전년 대비 26%나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수요뿐만 아니라 중국 내 생산 또한 늘고 있다는 점. 지난해 중국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3%(1,270만 톤)이 만들어졌지만 2011년에는 12.3%(1,880만 톤)로 그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중동도 1,830만 톤의 생산 능력을 2011년 2,710만 톤으로 늘리며 17.7% 생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석렬 사장은 "범용 수지 시장은 원료 확보 면에서 중국, 중동 업체에 불리한 점이 많다"며 "복합폴리에틸렌(PE), 복합프로필렌(PP) 등 특수 수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생활필수품 위주로 소비하다 보니 범용 합성수지가 주로 팔렸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값 비싼 고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 역시 시장의 흐름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특히 자동차 관련 기능성 소재가 관심을 끌었다. 독일계 다국적 화학회사 바스프와 바이엘은 현대차를 전시하며 자동차 관련 첨단 소재를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호남석화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YF소나타에 공급하기 시작한 자동차 도어 모듈(틀)을 선보였다. 정범식 사장은 "알루미늄으로 만들면 무게가 7㎏ 정도였지만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만들 경우 무게가 4.2㎏으로 줄어든다"며 "한국에서 처음,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했지만 실제 자동차에 적용한 건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바로 옆 삼성토탈 옆 부스에서는 관람객이 SM5 속을 훤히 볼 수 있게 분해한 뒤 고부가가치 합성 수지로 만든 자동차 내외장재를 선보였다. 또 친환경PP로 만든 휴대폰 케이스, 생활용기, 전자제품 외장재도 전시했다.
국내 화학 회사들은 고부가가치 복합 수지를 만들 중국 내 생산 시설 확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호남석화는 중국 저장성 자싱(嘉興)시에 2011년 말 완공을 목표로 1,200억 원을 들여 에틸렌옥사이드(EO, 10만 톤), 에탄올라민(ETA) 공장을 짓고 있다. 두 제품은 에틸렌을 원료로 한 제품 중 수익성이 가장 높다. 앞서 이 회사는 2006년부터 1만7,000톤 규모의 PP 복합수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토탈은 지난해 9월 광동성 둥관(東莞)에 자동차 및 가전제품의 부품 소재로 쓰이는 복합 PP공장(2만8,000만 톤 규모)을 완공했다. 제일모직도 지난달 톈진(天津)시 서청경제개발구에 전자제품과 자동차 부품 내외장재에 쓰이는 고부가가치합성수지인 ABS(1만 톤)와 EP(6,000톤) 컴파운딩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유석렬 사장은 "원료를 가장 값싸게 얻을 수 있고 손쉽게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며 "현지 거래처들과 제품 개발 초기부터 손을 잡고 좀 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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