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8일 코펜하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단독 회담을 하지 못해 난처해하고 있었다.
미국이 중국의 탄소감축에 대해 국제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원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피해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버디 영화의 두 주인공을 연상케 하듯 "당장 들어갑시다"(오바마) "물론이죠. 출동"(클린턴)이라 외친 후 직접 원 총리를 찾아 나섰다. 중국측 요원들을 따돌린 두 파트너는 한 회의실에서 미국 몰래 브라질, 인도 정상과 회동하던 원 총리를 발견했고, 마침내 양국의 견해차를 좁혀 총회 선언문 도출을 이뤄낼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단호한 행동을 촉구한 클린턴 장관의 기지가 빛난 사례다.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활약은 뉴스위크 최신호(5월3일자)가 '오바마 대통령의 악역동지(Bad Cop) 클린턴'이란 제목으로 소개한 머리기사에 실린 에피소드 중 하나다. 경쟁자였던 두 정치인이 최근 1970년대 형사 드라마인 '스타스키와 허치'의 두 주인공을 떠올릴 정도로 죽이 잘 맞는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이다.
뉴스위크는 두 파트너의 '현란한 호흡'이 부드러운 이미지의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해 '매파'를 자처하는 클린턴 장관의 단호하고 강경한 정치력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오바마 이너서클과 거리가 먼 덕분에 클린턴 장관이 단호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멋진 백악관 파트너십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강경한 대북, 대이란 정책 행사에 있어 대통령의 파트너로 주가를 올리는 클린턴 장관에 미 정계가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뉴스위크는 코펜하겐 에피소드와 비슷한 사례로 최근 클린턴 장관이 이란을 향해 "군사적 독재"라 선언하고, 이란 제재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몰아붙였던 점을 들며 "클린턴이 상을 차리면 오바마가 마무리 짓는 시스템이 자리잡았다"고 평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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