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부터 서울 마포구 A호텔(현재 폐업) 1층에서 유명 브랜드 빵집을 운영해온 장모(60)씨. 호텔 베이커리 사장님에다 미모도 빼어나고 평소 빵을 한 가득 집어주는 등 인심도 후해 지인이나 단골손님들의 평판이 좋았다. 특히 어느 손님하고도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어 '사교의 여왕'으로 통할 정도였다.
이런 장씨는 단골이 된 손님들에게 "남편이 청와대 별정직 간부이고,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일한다. 공무원 연금매장이나 군인아파트 분양 등에 투자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면서 돈을 끌어 모았다. 이렇게 해서 지인과 단골손님 5명으로부터 거둬들인 돈은 무려 12억2,000여만원. 이들은 "호텔 베이커리 사장님이 설마 속이겠느냐"는 생각에 투자금으로 돈을 맡겼다고 한다.
하지만 장씨는 98년 7월 빵집을 돌연 부도 내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 조사가 들어가면서 장씨는 평범한 회사원의 부인으로 드러났고 베이커리 가게도 빌린 돈으로 마련한 사상누각이었다. 부도를 낸 장씨는 투자자들을 피해 홀로 미국으로 출국했고, 이후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 옷 가게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10년을 불법체류자로 미국을 떠돌았다. 불안한 나날 속에 생활고까지 겹치자 장씨는 2008년 귀국, 남편과 딸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수배상태인지라 집안에만 틀어박혀 2년을 지냈다. 바깥 외출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하던 장씨에게 경찰이 들이닥친 것은 지난 15일 오후. 해외도피로 기소중지 상태인 장씨의 소재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던 경찰에 걸린 것이다. 장씨의 혐의인 사기죄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국외 도피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되기 때문에 여전히 수배자 신세였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빌린 돈 1억 원으로 시작한 가게의 적자가 누적돼 빚이 7억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한 게 실수였다"고 진술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5일 장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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