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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변두리 괴수전' 지긋지긋한 학교 비리에 아이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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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변두리 괴수전' 지긋지긋한 학교 비리에 아이들 뿔났다

입력
2010.04.2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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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월 지음/민음사 발행·236쪽·1만1,000원

이지월(36ㆍ사진)씨의 첫 장편소설이다. 공식 등단 절차를 밟지 않고 작가가 출판사에 직접 투고해 출간된 소설이다. 얼개로 봐선 사학 재단의 불의한 학교 운영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학원소설인데, 작가 이씨는 여기에 무협소설, 성장소설, 연애소설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버무려 개성있고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소설의 배경은 가상의 항구 도시 '은강'. 1970년대 도시빈민층의 비극적 삶을 다룬 조세희씨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씨는 선배 작가가 창조한 공간을 제 소설에 그대로 빌려 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난쏘공'의 영수가 당초 노렸던 악덕 고용주의 목숨 대신 그의 동생을 죽이고 만 사실을 언급하며 "누군가 청년의 빗나가 버린 살의를 빗나가지 않는 살의로 다듬어 낸다면, 그는 빼앗고 살해하는 자가 되어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리라는 전설이 은강에 전해져 오고 있었다"(16쪽)고 눙치며 소설을 시작한다.

'난쏘공'에 대한 오마주로 개시한 소설답게 <변두리 괴수전> 은 시종 강한 사회비판 의식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는 "군인들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절에 정부의 요직을 전전하던" 퇴역 장군이 설립한 재단 산하에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복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기는 등 갖은 비리를 저지른다. 이에 항의하던 교사들은 쫓겨나고, 보신을 위해 재단 눈치만 보는 교사들인 '노장군의 후예들'과 선도부를 맡아 재단 앞잡이 노릇을 하는 '애교(愛校) 넘치는 아이들'만 학교엔 설칠 뿐이다. 해직 교사들과 몇몇 뜻있는 학생들은 재단 비리를 폭로할 시위를 조직한다.

흠모하던 미모의 여선배 '소피'를 따라 시위에 가담한 주인공은 전설적인 싸움꾼 생활을 청산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던 친구 '스승'을 끌어들인다. 학교 측의 회유와 공권력 투입 요청으로 결국 실패로 돌아간 시위에서 소피와 스승은 최후까지 저항하다 제적된다. 분노한 주인공은 복수를 다짐하지만 그 결심은 금세 허물어지고 만다. "끝없는 복수와 복수와 복수만 일삼다, 흔해빠진 액션영화 한 편 같이 보러 갈 친구도 없이 쓸쓸하게 죽어갈까봐 두렵기 짝이 없었다."(181쪽) 비리 학교라는 속진에서 강호의 고수를 닮은 영웅적 투혼을 발휘했던 두 친구와 달리, 주인공은 용이 되기 버거운 '변두리 괴수'였던 것이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평범해서 비루한 인생들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성장소설로 변모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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