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 디바이드(Death Divide). 이제 죽음도 불평등해요. 경제력이나 정보력, 계층에 따라서 살고 죽는 자연의 기회도 불평등해지는 거예요. 모든 치료의 기회에서 소외되는 계층, 대를 물리는 이 가난, 이건 유전병이라고요 이제."('당신의 잠'에서)
남산예술센터가 신진 연출가 기획전을 시작한다. 주목받는 여성 신예 연출가 2명에게 각각 한 편의 신작 무대를 맡겨 이 시대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동이향 작ㆍ연출의 '당신의 잠'은 죽음과 이별을 앞둔 모자가 그려내는 풍경이다. 이들은 지쳐있다. 파산에 파산을 거듭하는 40대 남자 동성애자, "운때 안 맞는 박복한 기다림에 지친" 육순의 모친 등은 이 시대 한국에 엄존하는 소외와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이들은 예외적 개인이 아니라, 나름 사회변혁운동을 하는 등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쓴 사람이었음을 놓치지 않는다.
이들은 죽어간다. 남자는 실직하고, 모친은 말기 암환자로 보이스피싱에 돈마저 뜯긴다. 지난 시절 뜨거웠던 데모 현장의 기억조차 시들한 과거다. 아들은 모친에게 독이 든 식혜를 먹인다. 모친이 식혜를 토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대목은 처참의 극에 닿아 있다. 백현주, 김용준 등 출연. 23일~5월 2일.
한현주 작ㆍ김한내 연출의 '우릴 봤을까?'에서의 죽음은 살아있는 자에게 죄책감 아니면 자기 기만을 촉발시키는 계기다. 실제 무대는 죽음을 대하는 자세 혹은 몸부림 등을 옴니버스 식으로 기동성 있게 보여준다. 무대에는 현재 젊은이들의 말버릇 등 행동과 사고방식이 톡톡 튄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죽음의 사색은 기억이 재편집되는 상황과 맞물려 등장인물마다 색다르게 다가온다.
"나, 잘 하고 있어. 술도 끊었잖아. 사는 동안은 말갛게 깨어 있고 싶다." 56세의 위암 말기 환자가 딸에게 하는 말이다. 아버지 역의 배우가 40세와 56세를, 딸 역이 15세와 31세를 한 무대에서 각각 연기하는 것이 이채롭다. 상실감을 화합과 소통이라는 열쇠로 풀어가는 연출력이 볼거리다. 5월 7~16일.
각각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로가 선정하는 '영 아트 프론티어', 문예회관연합회가 선정하는 '창작팩토리 최우수 작가' 등으로 뽑힌 작품이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02)758-212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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