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카쿠 지음ㆍ박병철 옮김/김영사 발행ㆍ496쪽ㆍ2만3,000원
1863년 쥘 베른이 쓴 <20세기의 파리>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통신망, 유리로 된 초고층 건물 등 당시로선 '기기묘묘한' 미래의 지구를 묘사하고 있는데, 100년 뒤 그것은 일상이 됐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모양이 퍼즐조각처럼 맞물리는 것을 보고 땅이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베게너의 '황당한' 대륙이동설이 상식이 되는 데는 채 50년이 걸리지 않았다.
<불가능은 없다> 는 제목만으로도 책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를 펴면 피식 웃음이 날 수도 있다. 투명체, 공간이동, 텔레파시, 염력, UFO, 시간여행, 영구기관, 예지력…. 알 두꺼운 안경을 쓴 미스터리 마니아들을 위한 책이라 치부해버리기엔, 그러나 저자의 약력이 심상치 않다. 끈이론 등 이론물리학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행우주> <아인슈타인을 넘어서> 등을 펴낸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석좌교수가 저자다. 아인슈타인을> 평행우주> 불가능은>
과학을 머리아프게 여기는 독자의 흥미도 단단히 붙잡아둘 소재들로, 현대 물리학의 첨단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마지막 장 '예지력' 편은 인기 TV드라마 '스타트렉'의 에피소드로 양자역학이 새로 밝혀낸 미립자인 타키온(tachyon)의 존재를 설명한다. 타키온은 허수의 질량을 가지는 특이한 입자다. 이를 아인슈타인의 원리에 대입하면 고전 역학의 인과율, 곧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시간의 법칙이 무너진다.
이 밖에도 양자역학의 시공간 이론으로 공간이동의 가능성을 논증하는 등 책은 흥미와 과학적 긴장이 뒤얽힌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어릴 적 보던 월간 만화잡지에 부록으로 포함돼 있던 SF물의 스토리보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고등수학의 수식은 절제돼 있으나 엄연히 이론물리학자의 책이다. 루드비히 볼츠만과 엔트로피 법칙의 상관성, 알큐비어 드라이브 등 물리학의 기본 지식이 부족하면 책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숨이 벅차다고 느낄 수 있다. 시쳇말로 '하이엔드'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과학 혹은 SF 마니아라면 무척 반가워할 만한 책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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