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호킨스 등ㆍ이한음 옮김/멘토르 발행ㆍ416쪽ㆍ2만3,000원
인간의 뇌처럼 생각하는 기계는 가능한가. 뇌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뇌처럼 작동하는 '진짜 지능'을 가진 기계가 등장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 (원제 'On Intelligence')는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는 멋진 책이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 가장 영감 어린 컴퓨터 그루'(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말)로 꼽히는 제프 호킨스가 과학 저널리스트 샌드라 블레이크슬리의 도움을 받아 썼다. 책은 독자를 흥분시킨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발적인 질문들, 뇌과학의 첨단 분야를 놀랍도록 쉽게 풀어내는 솜씨,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끈질기고 뜨거운 열정, 그것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신선한 통찰로 가득하다. 생각하는>
제프 호킨스는 1세대 PDA '팜파일럿'과 컴퓨터의 필기 인식 소프트웨어 '그래피티' 등을 개발한 컴퓨터 공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팜파일럿이 진화한 것이 스마트폰이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컴퓨터로, 모바일 기기의 역사에서 그는 존경받는 영웅이자 스승이다.
그런 그가 뇌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것은 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오랜 열망 때문이다. 20년 넘게 "뇌에 미쳐서" 탐구한 결과가 이 책이다. 1981년 버클리대 대학원에 입학해 뇌과학을 공부한 그는 2002년 레드우드 산경과학연구소, 2005년 두뇌형 기계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뉴멘타를 설립,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뇌의 작동 체계와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그는 공학자가 부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듯 뇌의 구조를 파헤친다. 뇌의 부위 중 그의 관심은 오직 하나, 신피질이다. 신피질은 지각, 언어, 상상, 수학, 미술, 음악, 계획 등 우리가 지능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그는 신피질의 알고리즘을 구현한다면, 진짜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여러 가지 기술적 난제에도 불구하고 그 꿈은 반드시 머지않아 이뤄져 놀라운 신세계를 열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인공지능과 신경망 등 뇌를 모사하려는 기존의 시도들이 왜 실패했는지 묻는 것으로 출발한다. 뇌와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한 탓이라는 게 호킨스의 진단이다. 뇌에는 있는데 컴퓨터에 없는 지능의 핵심으로 그는 미래 예측 능력을 꼽는다. 컴퓨터는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유추나 예측은 못 하는 반면, 뇌는 기억을 토대로 예측을 함으로써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머지 말을 짐작한다든지, 분위기만 봐도 한 장면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건들을 알아채고, 뜻밖의 상황을 만났을 때 융통성 있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능력은 컴퓨터에 없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생각하는 기계는 인간과 동시에 또는 인간보다 앞서 인식하고, 예측하고 판단한다. 나아가 한 개인의 인식과 판단을 인터넷 등 네트워크로 중계해 여러 사람의 두뇌를 합친 결론을 제시한다. 놀랍지 않은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진짜 지능을 가진 기계가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고,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야기한다. 호킨스는 "생각하는 기계는 세계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킬 것"이라며 "그런 기계가 만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모험에 뛰어들자"고 말한다. 이 권유를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너무나 강렬하고 설득력 있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열풍이 한창인 지금, 또 한번의 디지털 혁명을 예고하는 이 책은 미래 전략을 고심하는 기업뿐 아니라 진취적인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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