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을 눈앞에 두면서 응원 문화도 많이 변했다. 팬들의 관심은 오로지 응원팀의 승리에서 승리나 패배까지의 과정으로 옮겨 갔고, 팀보다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진 팀 선수들도 경기 후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 공세에 시달리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상대적으로 팀 승리에 큰 기대를 걸기 힘든 하위팀 팬이라면 더더욱 승패를 떠나 선수를 응원하는 경향이 짙다.
올시즌 전 최약체로 꼽힌 한화에서 최고 스타는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 류현진이다. 김태균(지바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 등 걸출한 스타들이 대거 빠져나가 팬들이 응원할 선수는 사실상 류현진 하나로 좁혀졌다. 류현진은 올시즌 5경기에 나와 4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2.13으로 수준급.
차포 다 뗀 한화에 류현진 말고도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난해까지 4년간 기대주 꼬리표를 달고 다닌 5년차 오른손투수 유원상(24)이다. 1991년까지 포수로 뛰며 10년 통산 92홈런을 친 유승안(54) 경찰청 감독이 유원상의 아버지다.
지난해까지 한 시즌 5승이 최다였던 유원상이 데뷔 후 처음으로 완봉승의 감격을 맛봤다. 23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한 유원상은 9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2승째를 첫 완투이자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102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는 64개, 볼은 38개였다. 지난 17일 넥센전서 7이닝 무실점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던 유원상이다.
올시즌 5경기에서 전부 5이닝 이상을 책임진 유원상은 평균자책점도 2.53에 불과하다. 들쭉날쭉하던 제구가 안정을 찾았고, 새로 장착한 커브도 날로 예리함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원상을 앞세운 한화는 2회초 1사 후 전현태-이대수-이희근의 연속 안타로 2점을 선취한 뒤 2사 후 추승우의 3루타와 전근표의 적시타로 2점을 더 뽑으면서 승기를 잡았다. 5-0으로 이긴 한화는 LG의 7연승을 막아서며 9승(13패)째를 챙겼다. LG를 상대로는 4연승이다.
대구에서는 3위 삼성이 2위 두산을 9-7로 꺾고 격차를 0.5경기로 좁혔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1이닝 무실점으로 7일 넥센전 이후 16일 만에 3세이브째를 올렸다. 두산은 4연패.
선두 SK는 인천에서 롯데를 9-7로 제압, 파죽의 8연승으로 2위와의 승차를 3.5경기까지 벌렸다. SK 선발 송은범은 6이닝 4실점으로 4승(1패)째를 올렸고, 마무리 이승호는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추가, 이 부문 1위(9개)를 굳게 지켰다. 목동 넥센-KIA전은 연장 11회말 2사 만루 허준의 타석 때 KIA 이동현의 끝내기 폭투로 최하위 넥센이 4-3으로 이겼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