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사유재산 종단 기증"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ㆍ84) 스님이 23일 "사후에 일체 사유 재산을 조계종 유지재단에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 종단에 전달했다.

조계종은 출가한 스님의 재산이 속가의 유족에게 상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승려 사후 개인 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령'을 마련해 시행을 준비 중이다. 종단의 최고 어른인 종정이 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 솔선하고 나섬으로써 제도 정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법전 스님은 이날 경남 합천군 해인사 퇴설당에서 유언장을 작성하고 "우리 몸뚱이까지도 시주물이므로 종단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물며 재산은 말할 것도 없다"며 종도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조계종은 이 제도 도입을 위해 2007년 관련 승려법을 개정하고 시행령을 마련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왔지만 "승려의 노후 보장이 먼저"라는 반대 의견에 부딪쳐 시행이 미뤄져 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조계종 스님들은 구족계(정식 승려의 자격을 인정하는 계)를 받을 때, 분한신고(10년 주기의 승적 변동 확인) 때, 주지로 임명될 때, 각급 승가고시에 응시할 때마다 사유재산을 종단에 출연하겠다는 유언장과 증여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조계종은 "신도들의 시주로 이뤄진 삼보정재인 승려의 개인 명의 재산을 사후에 종단 및 사찰에 기증하겠다는 서약은 승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