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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빌 게이츠 (상) 우주는 오직 그를 위해? 독점으로 세운 MS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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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빌 게이츠 (상) 우주는 오직 그를 위해? 독점으로 세운 MS왕국

입력
2010.04.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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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잘 되는 건 당연하며, 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1995년 불과 40세 나이에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1위에 올랐던 빌 게이츠는 2년 후 시사주간 <타임> 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30세 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상장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선 후 10년 만에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니 자신감이 넘칠 만도 했다. 이후로도 최근까지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놓치지 않은 덕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운영체제 시장을 만들다

많은 사람들이 게이츠와 그의 고교 선배 폴 앨런이 IBM PC용 운영체제인 MS-DOS를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MS-DOS는 사실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라는 회사가 개발한 QDOS라는 프로그램을 게이츠가 사들인 후 이름을 바꾼 것이다.

MS가 '대박'을 터뜨리게 된 계기는 1980년 IBM이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찾아왔다. 당시 IBM은 컴퓨터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가 필요했으나 MS는 이를 개발할 만한 역량이 안 됐다. 게이츠는 대신 CP/M-86을 개발한 디지털 리서치라는 회사를 알려주었다가 양사간 협상이 틀어지자 QDOS의 라이선스를 사서 IBM에 납품했다. QDOS가 CP/M과 상당히 유사해 표절 의혹을 받고 있었지만 이 사실은 IBM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게이츠의 사업적가 안목은 여기서 발휘됐다. '컴퓨터 산업=하드웨어 산업'으로만 여겨지던 당시, 누구도 진정한 가치를 몰랐던 QDOS를 게이츠는 5만달러를 주고 통째로 샀다. 이후 QDOS의 이름은 MS-DOS로 바뀌었고, 세계 모든 기업과 집에 컴퓨터가 놓이는 'PC의 시대'가 도래하자 80% 이상의 PC에 MS-DOS가 깔리게 됐다.

다음 과제는 현재의 컴퓨터 같은 그래픽 사용자환경(GUI)을 갖춘 운영체제를 만드는 일. MS는 제록스와 애플이 만든 GUI를 모방해 윈도를 만들었는데, 첫 제품은 너무 조악해 혹평을 들었으나 나중에 나온 '윈도 3.0'은 제대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아직 본격 개발에 들어가지도 않은 제품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후, 계속 출시를 늦추다 버그가 많은 상태로 출시한 뒤 나중에 나오는 버전을 통해 완성시키는 MS의 전략을 '베이퍼웨어(vaporware)'라 부른다.

독점의 과실을 따다

과정이야 어쨌든 윈도95가 출시된 후 90% 이상의 컴퓨터가 이 운영체제를 사용함으로써 MS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처음 DOS가 보급될 때만 해도 대부분 복제품이었으나, 윈도로 시장을 장악한 후 MS는 점차 가격을 올리고 라이센스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컴퓨터 당 한 개씩 사용권을 얻어야 한다는 정책을 밀고 나갔다. 때문에 기업들은 직원 수보다 적은 라이선스를 구입할 수 게 됐고, 새 버전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사야 했다. 엑셀 등 오피스 프로그램에도 이 같은 전략을 채용했다. 윈도 최신버전의 가격은 날로 비싸졌지만, 이미 MS 프로그램으로 사무자동화 환경을 구축한 기업들은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결국 PC가 한대씩 늘어날 때마다 MS는 그만큼 수익이 나는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경쟁자는 가차없이 밀어냈다. 현재의 인터넷인 월드와이드웹(WWW)이 처음 보급될 때만 해도 '넷스케이프'라는 웹브라우저가 대세였으나 MS가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자 수년 만에 익스플로러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어 버렸다. 경쟁사가 MS를 위협할 것으로 생각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아예 압력을 가해 중단시키기도 했다.

게이츠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네티즌들은 MS를 공공연히 'M$'라고 표기했다. 프로그램 원본코드를 공개하는 '오픈 소스' 진영의 개발자들은 MS를 돈 밖에 모르는 회사로 비판했다. 심지어 로터스와 오라클 등 세계 유수 소프트웨어 업체의 CEO들마저 "내가 빌 게이츠를 싫어하는 모임의 대표"라고 자청할 정도로 MS와 빌 게이츠의 악명은 높았다. 빌 게이츠는 분명 컴퓨터발전을 가능케 한 천재 기업가인 동시에 무자비한 독점기업가였던 것이다.

마침내 1998년 미 법무부가 MS를 향해 반독점소송을 개시했다. 한 세대 전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완전독점 체제를 구축하자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고 반독점법까지 만들어진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것. 게이츠는 록펠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방식으로 소송과 세간의 비판에 대응해 나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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