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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 길 먼 한나라당 여성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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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갈 길 먼 한나라당 여성 공천

입력
2010.04.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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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천의 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에 관심이 많은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23일 여성 공천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우선 한나라당의 최고위원회의 풍경이 거론됐다. 정몽준 대표가 며칠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다가 불같이 화를 내며 회의장을 나간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가 한달 전에 국민에게 공언한 '서울시 구청장후보 여성 전략 공천 방침'에 일부 최고위원들이 뒤늦게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성 공천에 반대하는 지역구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반대의 이유였다.

며칠간 논란이 계속된 끝에 최고위원회의는 17일 강남구 송파구 동작구 등 3개 지역을 여성 전략 공천지로 의결했다.

그러나 벽은 또 있었다. 정 대표의 지역구인 동작구를 제외한 두 곳에선 여성 후보 공천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법무법인 산지의 이은경 대표변호사를 강남구청장 예비후보로, 박인숙 울산의대 교수를 송파구청장 예비후보로 영입했다고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공천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예비후보는 지역 국회의원으로부터 "알아서 포기하라"는 취지의 경고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종구(강남갑) 의원과 박영아(송파갑) 의원 측은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두 후보의 경력과 능력이 구청장으로 부적합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예비후보는 이들을 삼고초려해 영입한 당 지도부로부터 이미 검증을 받았다.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인 두 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을 운운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여성 공천 반대에는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등의 비판이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지역구 의원들이 끝내 물러서지 않을 경우 내주 초에 '결단'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몽준 대표와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여성 공천 약속을 지킬 것인지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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