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보건 재앙 사태 우려를 낳았던 신종플루 위기는 1년이 지난 현재 다행히도 큰 피해 없이 끝났다.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대응했다는 게 피해 확산 방지의 주된 이유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천막ㆍ컨테이너 진료실과 격리시설 부족, 치료 거부 사태, 백신 확보 문제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컨테이너 진료' 반복 우려
전국에 기습한파가 닥친 지난해 11월 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야외 천막으로 마련된 신종플루 진료소에는 영하 5도까지 떨어진 날씨 탓에 환자들이 추위에 떨었다. 신종플루 공포도 공포지만, 야외에 한기를 맞으며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시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올해 다시 신종전염병이 유행한다면 어떨까. 사정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거점 병원들이 신종전염병 의심환자를 위해 별도의 내부 시설을 만들지 않을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태에 대비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별도의 시설물을 지을 병원이 몇이나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일단 100개 정도의 병원에 격리진료시설 건립을 위한 예산 지원을 추진 중이지만, 신종전염병이 다시 나타난다면 당분간 컨테이너 진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환자 치료 거부 재연 가능성도
정부는 지난해 8월께 신종플루가 빠르게 확산되자 전국에 거점병원을 지정했다. 하지만 민간병원의 경우 다른 환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거점병원 지정에 반발하는가 하면,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마저 환자를 받아달라는 종로구의 요청을 거부하는 등 혼란이 혼란을 키우는 사태가 이어졌다.
병원균을 차단할 수 있는 국가격리병실도 부족했고, 진료 인력이 부족해 공공병원의 격리병실도 제대로 가동이 안 됐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 국가격리병상은 5개 병원, 197개에 그쳤다. 정부는 이를 올해 117개 병원, 1,102개 병상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실제 유사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치료 거부 재연도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백신 장기 구매 계약 불이행 논란
신종플루 종료 선언의 1등 공신은 백신이다. 지난 1년간 접종을 받는 사람은 우리나라 인구의 39% 수준인 1,900여만명이다. 비교적 신속한 접종이 신종플루 확산을 막은 양상이다. 문제는 이번 신종플루 대처 과정에서 녹십자와 정부 사이의 백신 구매 계약을 둘러싼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녹십자는 신종플루 대책을 총괄하는 복지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복지부는 당초 지난해 7월 시제품 생산 이후 3,000만도즈(접종분) 이상을 구매키로 했으나, 실제로는 2,500만도즈(1,900만도즈 사용ㆍ600만도즈 재고)만 계약했고, 이후 약속한 장기 구매 계약도 지키지 않고 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신속한 예방 대책을 위해 백신을 장기간 구매하겠다는 공개 약속을 했지만, 신종플루 사태가 종료되자 계약을 미루고 있다는 게 녹십자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현행 법(전염병예방법)과 올해 예산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장기로 구매 계약을 맺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 구매 계약은 1년 단위로 제한이 돼 있어 장기 계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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