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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취업이 대학 최고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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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취업이 대학 최고 가치인가

입력
2010.04.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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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되면 대학가는 등록금 인상 문제로 홍역을 치른다. 올해에도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가 있었고, 국회와 대통령까지 나서 등록금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도 경제가 어렵자 주립대학들이 주 정부의 지원금이 줄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등록금을 대폭 인상해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주립대를 중심으로 미국 내 32개 주 100여 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업 거부와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고속도로 점거 농성 등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엔 등록금 환불하는 곳도

지난해 8월에는 뉴욕의 먼로 대(Monroe College)를 졸업한 여학생이 대학을 상대로 4년 동안 학교에 낸 등록금 7만 달러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이 여학생은 취업하는 데 필요한 직업능력을 대학이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등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저항은 세계적 경기 침체로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도 등록금을 인상한 데서 시작된 것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의 한 대학이 졸업생이 취업을 못하면 수업료를 전액 돌려주는 '머니 백 개런티(Money-Back Guarantee)' 교육 프로그램을 5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은 필자가 2004년 한 학기 동안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친 적 있는 미시건 주의 '랜싱 커뮤니티 칼리지(Lansing Community College)'로, 약 3만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랜싱 커뮤니티 칼리지의 '머니 백 개런티'는 정규 학위 과정이 아닌 6주 과정의 특별 교육 프로그램에 적용된다. 4개 분야에 전문 교육을 집중 실시해 졸업 후 1년 내에 모든 졸업생이 취업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 1년 내에 취업을 못할 경우 6주 간의 수업료 약 2,400 달러를 되돌려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머니 백 개런티 프로그램 교육 과정은 콜센터 전문요원 과정, 제약 기사 과정, 컴퓨터 기술자 과정, 품질검사 요원 과정 등 4개 분야로 총 61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단, 이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이 취업이 안돼 등록금을 반환 받으려면 수업을 한 차례도 빼먹으면 안 된다. 과제물도 제 시간에 제출해야 하는 등 학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취업 박람회에 참여하고 졸업 후 1년 동안 적극적으로 취업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

학교 측은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아직까지 특정 기업과 취업과 관련된 어떠한 제휴나 협력 관계도 맺지 않았다. 하지만 소문을 들은 몇몇 기업은 벌써부터 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업률이 11.7%나 되는 미국의 중소도시 랜싱에 있는 한 대학의 기발한 발상인 머니 백 개런티 프로그램은 과연 미국 대학의 새 생존 방식이 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의 성패는 미국 대학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직업훈련소로 전락하는 대학

그러나 대학이 철저하게 학생 취업에 맞춰진 교육 서비스에 집중할 경우 대학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다. 대학이 역사와 세계를 객관적으로 조망하면서 미래를 탐구하고 사상을 꽃피우는 진리의 상아탑이 아니라 건실한 일꾼만 만들어 내는 전문기관으로 전락한다면 그 피해는 미래 우리 사회의 몫이 될 뿐이다. 대학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만 강조한다면 대학은 직업훈련소에 불과하다.

대학이 취업이 안 되면 등록금을 돌려주는 마케팅 이벤트까지 동원해야 하는 현실은 참담하다. 취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이 추구해야 할 모든 가치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운다며 학과 구조조정까지 하는 우리 대학이 혹 이런 미국 바람에 물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진봉 미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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