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수천 개의 검(劍)을 수집해 갤러리까지 연 유명 도검 수집가가 불법으로 칼을 만들거나 밀수입해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나 쇠고랑을 차게 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일본도, 중국검 등 도검을 불법 제조하고 해외에서 밀수입해 유통시킨 혐의(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 위반)로 도검판매업체 N사 대표 한모(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도검 제조ㆍ판매업체 관계자 8명과 이들로부터 불법으로 도검을 구입한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20여년간 수천 점의 칼을 모은 한씨는 2001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330㎡(100여평) 규모의 갤러리를 열었고, 직접 제련소를 만들어 삼국시대 명검 ‘환두대도’(環頭大刀) 등을 복원해 언론에도 ‘도검 마니아’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한씨가 2008년 5월부터 경기 양주시에 차린 제련소는 경찰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칼 제작소였다. 한씨는 이곳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아 50여점의 칼을 제작해 개당 700만~1,80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매자 중에는 도검 소지 허가를 받지 못한 폭력 전과자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씨는 또 15cm 이하의 잭나이프 등 소형 도검류 3,000여점을 수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플라스틱을 씌워 완구류로 꾸며 반입한 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개당 17만~20만원에 이런 칼을 산 고객 중에는 고등학생 50여명이 포함됐으며 전과자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총포도검 등 단속법 시행령은 날 길이 15cm 이하인 칼은 도검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6~15cm 길이에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예외적으로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씨는 그러나 “제련소는 판매 목적이 아니라 고대의 철기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며 “인터넷에서 판매한 칼은 일반 등산용 칼 등이었고, 도검 구매자 중 미성년자가 포함된 줄은 몰랐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검은 원칙적으로 신원과 소지허가를 확인한 후 매장에서 판매해야 한다”며 “한씨는 게임사이트 등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불법으로 유통시켜 연간 6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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