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23일 제47회 법의 날을 맞아 “법을 만들고 다루는 국가기관부터 솔선수범해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법치주의 확립’ 기조와 관련, 국가기관의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지금도 여전히 법이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데, 국민들이 법을 불신한다고 이를 탓할 수만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등 국가기관이 먼저 법을 지키고 법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각자 역할을 다할 때 일반 국민들도 서서히 준법정신이 몸에 배게 되고 법의 권위에도 순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법조인들을 향해서도 “우리가 먼저 법과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국민의 시각에서 올바로 운용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 대법원장은 또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활동은 적극 장려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최근 언론과 정치권, 법조계 등이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에 대해 정도를 벗어난 비판을 하는 것은 법관 독립을 침해하고 재판의 공정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이귀남 법무부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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