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논란을 빚었던 군산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위법하지만,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취소는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인형)는 23일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와 충남 서천군 장항읍 어민 등 286명이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전북 군산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계획 인가가 위법하기는 하나 취소하지는 않는다”는 사정(事情)판결을 했다. 사정판결이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어 이를 인정하면서도,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내리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공사계획 인가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군산 시민들의 의견만 수렴하고 장합읍 어민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상지역이 두 개 이상의 시ㆍ군에 걸쳐있을 때는 해당 지역 모두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내 전력수요 급증, 투입비용 등 현실적 여건상 발전소 건설을 취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전력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공사계획 인가가 취소되면 안정적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발전소가 무용지물이 되는 적지 않은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더라도 공사계획 인가가 달라지기는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은 2008년 7월 “발전소가 건립되면 어장에 피해가 생기고, 주변에 서식하는 검은머리물떼새도 멸종할 수 있다”고 소송을 냈다. 특히 어민들은 소제기 당시 검은머리물떼새를 원고에 포함시켜 2003년 ‘천성산 도롱뇽 소송’에 이어 자연물이 또다시 소송의 당사자로 등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천성산 도룡뇽 소송 때와 같이 “검은머리물떼새는 자연물로서 사건수행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적격을 부정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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