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대의 방울토마토 생산지인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물결로 장관을 이루던 180만평의 드넓은 금강 하천부지는 대형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듯한 폐허였다.
농민들이 떠난 하천부지는 아낙네 2명이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사이에서 봄나물을 캐고 한 켠에서는 폐비닐을 걷어가는 고물상 차량만 오갔다.
"총리까지 내려와 농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한다고 협약을 해놓고 이렇게 박대해도 되는 겁니까"
4년 전부터 하천부지 2,200평을 전대해 방울토마토를 재배해온 김경식(36)씨는 정부보상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정부는 하천부지 농사를 지어온 임대농에게 평당 5만원, 실제 농사를 짓지 않고 3자에게 전대한 농민에게도 평당 9,350원의 영농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하천부지 임대권을 가진 농민에게 200평 기준 연간 쌀 2가마의 임대료를 주고 재임대한 김씨는 보상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겠다고 늦은 나이에 농대까지 다닌 김씨는 아버지의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생계걱정을 하고 있다.
이 지역 보상대책위 총무 일을 보며 정부의 충분한 보상 약속을 믿고 주위의 농민들에게 보상합의를 권유했던 백승호(49)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천부지에서 5,000평의 토마토농사를 짓던 그는 보상을 받아 비닐하우스 1,800평을 새로 설치했다. 땅값이 올라 재배면적을 줄였다.
많은 농민이 하천부지를 떠나 대토를 마련하면서 주변 논 밭 가격이 치솟았다.
1평에 5만원이던 것이 7만∼8만원으로 올랐다. 높은 땅값에 영농을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했다.
백씨는 "정부가 충분한 보상약속을 지키지 않아 많은 농민이 쪽박차고 내쫓긴 꼴이 됐다"며 "정부를 믿고 보상협의를 권유한 결과는 '배신자'라는 오명 뿐"이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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