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MBC PD수첩의 '스폰서 검사' 의혹이 방영된 후 이틀 만에 진상규명위 설치와 규명위원장 및 조사단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여론악화와 수사공백 장기화를 우려해 조사를 최대한 일찍 끝마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진상규명위 활동을 단기간 내 마무리 짓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제보자 정씨가 제출한 문건에 실명이 공개된 검사는 모두 57명. 그 중 현직 검사만 28명에 이르고, 명단에 들지 않은 전ㆍ현직 검사를 포함한 전체 관련자는 최소 100명이 넘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정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PD수첩에 공개한 것 말고도 자료가 훨씬 많다"면서 관련 검사를 추가 공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명이 이미 공개된 57명만 조사할 경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게다가 접대일시와 장소, 수표번호, 전화통화 녹취 등이 확보된 일부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정씨와 참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수년에서 십수년 전에 있었던 일의 진위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진상규명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상당수 참고인이 룸살롱이나 모텔 직원들이어서 소환할 경우 진술을 번복하거나 정확한 진술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씨와의 스폰서 관계를 입증했다고 해도 실제 징계나 기소를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징계나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위 혐의가 뚜렷하고 시효가 남아 있는 소수에만 조사를 집중해 서둘러 결과를 발표할 경우 여론이 수긍하겠느냐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
검찰은 이르면 진상규명위 활동이 시작되는 다음 주에라도 실명이 공개된 두 검사장에 대해서는 전보 등의 조치를 통해 일선 업무에서 손을 떼게 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시시비비가 모두 가려진 후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이 원칙을 고집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위 조사가 마무리돼야 조치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진상규명위는 조사가 끝나면 검찰총장에게 결과를 보고하고, 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징계를 청구한다. 장관이 위원장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해당 검사의 '파면-해임-정직-감봉-견책'을 결정한다. 또한 접대가 사건무마 등 직무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난 검사에 대해서는 징계가 아닌 기소가 이뤄질 수도 있다.
검찰은 실제 징계나 기소를 받을 검사가 극소수에 그치는 반면, 조사기간은 지나치게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조기인사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검찰의 올해 정기인사 시점은 애초 8월 정도로 전망됐으나, 진상규명위 조사가 마무리되는 5월 말~6월에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기인사가 되면 혐의가 짙은 인사를 해임하거나 전보시키는 등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고도 징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엄정한 조사로 진상을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장기화할 경우 수사공백이 우려된다"며 "기초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1~2개월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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