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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품질, 산업현장이 바뀐다] <3>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용융아연도금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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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품질, 산업현장이 바뀐다] <3>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용융아연도금공장

입력
2010.04.2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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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강판 길이 2㎞… "1000분의 8㎜ 흠결까지 잡아내라"

"고객사들이 때론 결벽증 수준의 품질기준을 요구하는데 그럴 때조차 우리는 내부 기준을 더 높입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2용융아연도금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천시열 프로젝트 리더(공장장)의 말이다. 조금 전까지 온화한 미소를 띠며 공장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도금작업을 마친 냉연코일의 표면을 정밀검사하는 검사대 앞에 서자 그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출측 운전실에 있는 2명의 직원 역시 강판도금라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운전실 한 켠에 7개의 불량품 샘플이 걸려 있다.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왜 불량인지 알 길이 없다. 천 리더가 "불량 부분을 한번 찾아보라"며 직원들이 사용하는 확대경을 건네준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니 1,000분의 8mm에 해당하는 8㎛ 깊이의 흠결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 더구나 이 공장 제품의 클레임 제기율이 지난해 0.06%에 불과했다고 하니 애초부터 무리한 일을 한 셈이다.

흔히들 자동차강판을 '철강재의 꽃'으로 표현한다. 우선 외장용과 내장용을 포함해 부위별로 기능과 특성이 다양하다. 가혹한 주행조건과 날씨의 변화를 극복해야 하고 염화칼슘과 바닷가의 염분도 소화해야 한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성형이 자유로워야 하고 동시에 가벼워야 한다. 한마디로 제철소가 보유한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분야다. 이 점에서 광양제철소 용융아연도금공장은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이 공장의 핵심 설비는 '징크 포트'(Zinc Pot)로 불리는 용융아연도금처리설비. 액체 형태의 용융아연욕조에서 강판을 도금하는 설비다. 품질의 성패를 좌우하는 냉각속도를 높이기 위해 세워둔 쿨링타워의 높이만 65m에 달한다. 천 리더는 "일반적인 냉각속도가 초당 20~30도 수준인데 이 곳에선 120도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를 좀 보고 싶다는 말엔 "자동차강판 생산업체들이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기업비밀"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핵심 설비는 표면결함검출기(SDD)다. 도금이 끝난 강판에 특수후처리를 한 뒤 흠집을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로 국내 자동차강판 업체 중에서 이를 대량 설치한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초당 5~10m씩 이동하는 강판도금 라인마다 상부와 하부에 각각 40개씩 설치돼 있고, 불량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 모델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컴퓨터 화면을 통해 강판의 표면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검사대에서의 육안검사가 남아 있다. 작업은 7명이 한 조를 이뤄 4조 3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이뤄진다. 보는 위치에 따른 차이를 감안해 수직라인과 수평라인을 따로 뒀다. SDD를 통과했다지만 직감적으로 라인을 멈춰 세우고 확대경을 들이대는 경우도 있다. 한 직원은 "업무시간 내내 강판라인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며 웃었다. 교대시간이 가까워진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고객사의 불만 요소를 발굴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바이탈 퓨'(Vital Few) 시스템 때문이다. 천 리더는 "핵심 품질관리 대상 요소만 560개가 넘고 유관 요인들을 모두 포함하면 점검사항이 1만개에 달한다"고 했다. 각각의 점검 요소와 그 결과가 모두 컴퓨터에 꼼꼼히 기록되는데도 검사실 한 쪽 벽에는 직원들이 별도로 작성하는 관리표가 붙어 있다.

포스코 자동차강판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8년에 120kg급(지름 1㎜의 강판이 120kg의 무게를 버티는 것) 강판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외판재에도 50kg급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포드와 다임러크라이슬러로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한 Q1 품질인증을 획득했고, 세계 철강사 중 유일하게 폭스바겐으로부터 우수 공급사 상을 받았다. 강판을 공급하는 완성차ㆍ부품업체가 전 세계 100여곳에 이른다. 2001년 170만톤이던 공급량을 올해는 620만톤으로 늘려 잡았다.

특히 2008년 12월엔 세계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도요타의 벽도 뚫었다. 올해 9월부터는 공급량을 안정적 수준이랄 수 있는 1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실 도요타는 길이가 2㎞가 넘는 강판에서 8㎛ 깊이의 흠결이 5개만 나와도 클레임을 걸 정도라 계약 성사 과정은 험난했다. 도요타연구소에서 샘플이 통과된 뒤 강판량을 3톤, 10톤, 100톤으로 늘려가며 테스트를 받았다. 최종적으로 냉연강판 코일 30개(300톤)의 품질 편차가 없음을 확인시킨 뒤에야 본 계약이 성사됐다. 천 리더는 "도요타에 보낼 강판이 첫 출하되던 날 누구랄 것도 없이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최근에는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한 자동차용 초고강도강판(TWIP)의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아르셀로미탈과 티센크루프 등 경쟁사들보다 기술력이 앞선 분야다. 일반적으로 철강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지지만 TWIP강은 초고강도 수준에서 최고 수준의 가공성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차량을 경량화해 연비를 높일 수 있고 안전성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광양제철소 제2용융아연도금공장에는 '일본을 넘어야 세계가 보인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천 리더는 "품질에 관한 한 '집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 스스로 자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말자는 의미"라며 "올해 안에 저 플래카드를 반드시 떼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의 고객사 사로잡기 전략

포스코는 품질에 관한 한 수요업체와의 교감을 무척 강조한다. 수요자의 요구와 기호에 맞춘 최고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자동차강판 공급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매년 'EVI(Early Vendor Involvement) 포럼'을 개최하는 게 단적인 예다. EVI는 통상 2년 이상 소요되는 새 자동차모델 개발 과정에서 초기단계인 디자인에서부터 철강사가 함께 참여해 맞춤형 자동차강판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완성차 업체는 품질향상과 비용절감, 공정단축 등의 이점이 있고, 철강사는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포스코가 2008년 1회 EVI 포럼을 개최했을 당시 전 세계 100여개 완성차 및 부품업체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지난해 11월에는 2회 포럼을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열었다. 당시 포럼에선 초고강도강판(TWIP)과 GI-ACE 강판 등 독자 개발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완성차업체와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42개의 해외가공센터를 운영하며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고객사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자동차강판의 경우 단순한 강판 공급을 넘어 가공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원하는 스펙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공하는 능력과 기술이 중요한 것.

포스코는 현재 중국(15개)과 일본(6개), 인도(4개), 북중미(4개) 등지에서 총 42개의 해외가공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센터들이 SCM망을 구축해 현지에서 가공ㆍ판매기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객사의 요구사항을 접수해 곧바로 현지에서 이를 반영하는 것은 기본이다.

■ 절대품질의 산실, 車 강판기술센터

포스코는 구매 장벽이 높은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단기간에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철강사로 떠올랐다. 연구개발(R&D)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 덕분이다. 그 중심에 광양제철소 자동차강판기술센터가 있다.

2008년 초 문을 연 자동차강판기술센터는 강판 생산과 기술 개발, 생산 지원, 도금설비 개선, 강판 관련 통합과제 수행 등을 총괄하는 곳이다.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 완성의 근간이 되는 글로벌 기술력 확보가 최대 목표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듯 석ㆍ박사급 인력들이 R&D 과제를 수행하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 190여명의 인원 중 열연부와 냉연부, 품질기술부 등 현장에서 수십년간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가 80%다. 인력 구성상 당연히 실용적이고 현장친화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지면서 실질적인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용융아연도금 과정에서의 냉각 속도 향상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전에도 기능별ㆍ공정별로 자동차강판 기술 개발이 진행됐다. 2003년부터는 메가Y 활동을 전개해 300여개의 기술 개발 과제도 수행해왔다. 하지만 생산ㆍ판매부서와 연구소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센터의 완공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성과는 이미 2008년 도요타 납품 계약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센터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멕시코와 두바이 등 6개국 12개 해외사무소를 영상회의로 연결, 고객사의 작은 요구에도 즉각 대응하는 기술 개발과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준양 회장의 품질경영 발언

(2009년 12월 9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포럼)

-"미래지향적 제철법, 공정기술 개발을 통해 고객이 살 수 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겠다."

(2010년 1월 15일, 운영회의)

-"고객이 클레임을 걸면 일단 수긍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고객은 항상 옳다. 고객이 잘못해도 항상 옳다고 생각해야 한다."

(2010년 2월 9일, 운영회의)

-"클레임 제로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객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2010년 3월 31일, 창립 42주년 기념식)

-"최적의 R&D 기반을 바탕으로 기술의 리더십을 확보하며 부단히 혁신해야 한다."

(2010년 4월 13일, 운영회의)

-"품질 개선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문책이 동반돼선 안 된다. 가감없이 드러내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광양=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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