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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파란색 타이… 검사들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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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파란색 타이… 검사들의 패션

입력
2010.04.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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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파문이 터진 21일 전국공안부장검사회의를 위해 대검 회의장에 모인 검사들의 모습에서 유독 눈에 짚이는 것이 파란색 타이였다. 짙은 감색 정장에 연한 파란색 타이를 갖춘 모습이 어찌나 똑같던지 긴급 회의를 위한 드레스코드가 따로 주어졌나 싶을 정도였다.

색채학에 따르면 자연의 모든 색은 일정한 의미와 상징을 갖는데, 그 중 파란색이 갖는 의미는 '이성(理性)'이다. 이성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차갑고 이지적인 색채 느낌이 파란색에 냉철한 판단력의 상징을 부여했을 것이다. 올림픽 오륜기가 5개의 대륙을 의미할 뿐 색 자체는 일대일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륜기중 흑색이 아프리카, 황색이 아시아를 상징하는 반면 파란색이 유럽을 상징하는 것은 유럽이 철학사적으로 앞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파란색은 또 자유의 상징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시기 만들어진 청ㆍ백ㆍ적 혁명기는 각기 자유와 평등, 박애를 의미했다. 청바지가 그토록 기성체제에 반항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일정부분 이 파란색의 상징 덕일 것이다.

냉철한 이성과 도덕성, 부당한 억압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파란색은 검찰 로고의 색상이기도 하다. 짙은 감색부터 연한 파란색까지 청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다섯개의 막대기로 이뤄진 검찰 로고는 대나무와 칼의 이미지를 통해 검찰의 정의와 공정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파란색 타이에 어우러진 감색 정장은 엄격한 도덕성과 절제를 의미한다. 현대 신사복의 원형이 된 감색 정장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성장한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 사치와 낭비를 일삼던 귀족계급과의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전략적 패션이었다. 여성과 똑같이 자수와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코트와 하이힐, 화장 등 세습 귀족들의 과시적인 패션과 대조적으로 장식 없이 단순한 무채색 계열 정장과 하얀색 드레스셔츠, 단정한 타이 차림은 도덕성과 절제를 통해 깨끗하게 부를 축적한 계급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일부러 빈자의 멋을 추구함으로서 청렴하고 이성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경우다.

검사회의에 나온 참석자들은 대부분 파란색 타이와 감색 정장을 걸쳤지만 '스폰서 검사'추문을 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청운의 꿈을 안고 검찰문을 들어섰을 검사들이 파란색 타이의 무게를 엄중하게 느끼기를 바란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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