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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봄, 서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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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봄, 서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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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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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악 하늘길따라~ 낙산 성곽따라~ 한강 물결따라

서울은 야누스 같은 도시다. 콘크리트 건물과 자동차가 넘치는 건조한 잿빛 도시이면서도, 아름다운 산과 시원한 강이 함께 하는 자연의 도시다.

더디게 찾아온 봄이지만, 날이 따뜻해지면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발로 걸으며 서울을 음미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1,000만 인구가 속도경쟁을 하는 서울이지만, 아름다우면서도 이야기 가득한 길이 곳곳에 있다.

42년 만에 문 연 서울의 비무장지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래 북악산은 금단의 땅이었다. 하지만 마냥 감추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너무 사연이 많았다. 그래서 숙정문에서 창의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내 서울성곽길 구간이 2006년 개방된 데 이어 올해 2월 말에는 와룡공원에서 북악산길(북악스카이웨이)로 이어지는 '북악하늘길'이 개방됐다.

북악하늘길에는 네 개의 산책로가 있는데 그 중 성북천 발원지에서 북악산길로 이어지는 2산책로는 '김신조 루트'라고 부른다. 김신조 등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한 침투로로 사용했다는 곳인데 중간에 있는 호경암이라는 바위에 총탄 흔적이 있다. 이 길이 좋은 것은 공기가 맑고 숲이 좋으며 자연이 잘 보전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비무장지대'라고 하는 게 과장이 아니다.

또 다른 매력은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특히 제 2, 3 산책로 주변으로는 서울 도심과 북한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북악하늘길에서는 등산과 걷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가파른 등산로는 아니지만 평탄한 도보 길도 아니다. 등산의 맛을 원하면 와룡공원에서, 걷기의 묘미를 원하면 북악산길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역사, 자연, 삶의 모습을 동시에

조선은 서울에 수도를 정한 뒤 18.2㎞ 길이의 도성을 건설했다. 도성은 북악산_낙산_남산_인왕산 등 내사산(內四山)을 이어 산지와 평지에 쌓았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등을 거치며 평지 성곽이 대부분 허물어져 지금은 산지 성곽 10.5㎞만 남아 있다. 서울성곽 옆으로는 걸을 수 있는 길이 나있다. 조선 역사를 생각하고 북악산, 인왕산 등의 숲을 만날 수 있다.

성곽 길 가운데 조금 특이한 곳은 낙산지역이다. 정상 부근까지 집이 들어서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이곳에서는 화장하지 않은 서울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다. 어수선하고 낡아 보이는 집과, 청계천 주변 상가 등 삶의 현장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오래된 집에서 이웃과 부대끼며 정겹게 살고 있다. 이화동 골목길로 내려오면 담벼락과 계단 등에 그려진 예쁜 그림을 볼 수 있다.

1,000만 시민을 품어주는 넉넉함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는 많지만 한강과 같은 큰 강이 흐르는 대도시는 흔치 않다. 1980년대 초반, 한강 개발을 하면서 자연이 많이 훼손됐지만 인공 시설은 크게 늘어났다. 한강변 산책로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강 서울 구간 전체에 산책로가 놓였다. 바람을 맞으며 한강을 걷는 것은 큰 축복이다. 실제로 고덕동에서 행주산성까지 한강 서울 구간 전체를 걷는 도보여행자가 늘고 있다. 고덕동 부근, 한강 북단 가양대교_행주대교 구간, 한강 남단 방화대교_행주대교 구간 등에는 습지와 수서 식물이 많아 자연의 정취가 가득하다.

한강 지천 주변에도 좋은 산책길이 많다. 대치동, 도곡동 등 강남의 주택가를 흐르는 양재천은 자연 하천으로 복원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성내천 주변에는 꽃이 많이 피었다. 중랑천, 안양천은 지천이면서도 폭이 넓어 옆으로 난 산책길 역시 넉넉하다. 홍제천, 불광천변의 산책길은 상대적으로 아담하다.

잔디와 숲이 펼쳐진 서울의 녹지

서울에 새로 만들어진 공원은 나무와 숲이 많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살리려 한 것이 특징이다. 공원 안에서 걷는 것도 좋고, 인근 지역까지 산책 코스를 확장해도 좋다. 송파구 올림픽공원에는 구석구석으로 산책로가 나있다. 공원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것도 근사한 산책이 될 수 있고 성내천으로 걸음을 옮겨도 된다.

난지도 월드컵공원에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하늘공원과 일몰이 아름다운 노을공원 등이 있으며 구름다리를 넘어가면 한강변 난지공원이 나온다. 양재동 시민의숲에는 키 큰 나무 사이로 호젓한 산책로가 나있다. 양재천을 따라 과천 쪽으로도, 대치동 쪽으로도 걸을 수 있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는 걷기 전용 트랙이 마련돼 있다. 성수동 서울숲에서 중랑천 너머 개나리 가득한 응봉산에 오르면 한강 조망이 좋다.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에서는 능골산으로 연결된 생태탐방로를 걸을 수 있으며 길동 자연생태공원에서 일자산으로 걸으면 여유가 생긴다.

가까이서 보는 삶의 현장, 역사의 흔적

도심의 걷기 좋은 길로는 대개 강북 그것도 옛 사대문 안에 있는 길이 꼽힌다. 역사 유적이 많고 문화예술의 향취가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을 끼고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지는 아늑한 길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보고 정동극장에서 공연을 봐도 좋다. 청와대 앞과 삼청동 길은 경복궁과 가까우며 부근에 미술관과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

풍문여고에서 정동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감고당길, 정독도서관에서 부엉이박물관에 이르는 화개길에는 골목길의 정취가 남아있다. 북촌마을로 옮기면 한옥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 부암동, 성북동 등도 도심의 걷기 좋은 길이다.

■ '송파소리길' 코스 만든 걷기 전도사 김효선씨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도 좋고 제주의 올레길도 좋지만, 도시에 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편하게 걸을 곳은 결국 도시입니다."

2006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지를 걸은 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를 낸 도보여행가 김효선(53)씨. 자타공인 '걷기 전도사'인 그는 요즘 도시에서 걷는 것을 유난히 강조한다. 도시야 말로 우리가 사는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저 멀리 원정 걷기를 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도시인에게 결국 걸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은 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런 뜻에서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송파지역에 '송파소리길' 코스를 만들었다. 석촌호수_올림픽공원_성내천_장지천_탄천_잠실_올림픽공원을 이어 31.68㎞에 이르는 걷기코스를 완성한 것이다. 송파소리길 걷기는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오후9시 석촌호수 앞에서 출발해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된다. 전체를 다 걷는데 7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빠져나가는 사람, 중간에 합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효선씨는 "이런 식의 들고 나는 편리함이야 말로 도시 걷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에는 '산티아고 도보 여행'을 주제로, 이미 산티아고에 갔다 온 여행자와 산티아고에 가려는 여행자를 모아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만발한 이 길의 일부 구간을 함께 걸었다.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산티아고로 떠나려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한 참가자는 "산티아고길이 장엄한 대자연을 보여준다면 송파소리길은 서울의 낭만을 전해준다"며 "한강변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훌륭한 도보 길"이라고 말했다.

"길을 걸으면 뇌가 두부처럼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긍정적, 안정적으로 변한다"는 김효선씨는 6월19일 '풍경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주제로 올림픽공원에서 성내천을 오가는 걷기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단순한 걷기대회가 아니라 걷기 좋은 도시를 함께 만들자는 문화캠페인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 꽃향기에 취하고 야경에 홀리고 오늘도 걷는다, 남산의 밤

"예년 같으면 벚꽃이 활짝 피었을 텐데…."

남산순환도로에 붙으며 김한상(39)씨가 한마디 던진다. 개나리, 진달래는 만개했지만, 남산의 명물 벚꽃은 아직 그만 못한 게 아쉬운 듯 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봄 꽃이 무더기로 피는 곳으로는 남산을 따를 곳이 없다. 김씨가 남산 밤길 걷기에 나선 것은, 어둠 속에서나마 봄꽃이 실제로 얼마나 피었는지 확인하고 또 날 풀린 도심의 야경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한상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온라인 카페 '도보여행'의 카페지기다. 2008년 만든 이 모임은 현재 1,9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이날은 김씨를 포함해 회원 4명이 단촐하게 밤의 남산을 걷기로 한 것이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남산순환도로 입구로 올라온 것은 오후 7시40분이었다. 막 떨어진 태양의 붉은 기운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심 하늘에 남아 있었는데 어느 새 그것이 사라지고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아 있었다.

김한상씨는 주말에는 부드러운 흙길, 나무 향기 가득한 숲길을 찾아 회원들을 이끌고 지방으로 가지만 평일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매일 서울의 밤을 걷는다. 남산도 자주 가지만 청계천, 북악스카이웨이, 월드컵공원 등 찾는 곳이 많다. 김씨 일행은 업무를 끝내고도 야간 걷기를 하지 않으면 하루를 마친 것 같지 않다는 '걷기 중독자'들이다.

확실히 걷기에는 중독성이 있다. '단촐한 4인방' 가운데 한명인 카페 회원 조성화(38)씨는 "새벽에도 자주 청계천을 걷는다"며 "걷지 않으면 마음이 허전하고 뭔가를 빠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일행이 발을 디딘 남산순환도로 북쪽 길은 그 어디보다 걷기에 좋다. 우레탄을 섞어 탄성과 충격흡수기능이 뛰어난 탄성포장재를 바닥에 깔았기 때문에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하다. 고층건물 즐비한 도심 경치와, 저 멀리 청와대, 북한산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 눈도 시원하다. 그래서 사시사철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이날 급히 모이다 보니 인원이 너무 적어 모양새가 구겨졌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도 잠시,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보다 최소 1.5배는 빠른 것 같다. 그런데도 숨이 가빠 보이지는 않는다. 김한상씨는 "밤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아껴야 한다"며 "그래서 뒤풀이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한상씨의 경우 집이 도봉구 창동이기 때문에 남산까지 지하철로 오가는 시간까지 합치면 밤 시간이 빠듯할 수 밖에 없다.

한 10분 걸었을까. 어디선가 물 소리가 들렸다. 서울시가 남산에 시내를 복원한다고 했는데 그것이 산책길 옆에 완성돼 벌써 물을 흘려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김한상씨는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한 시내지만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고 말했다.

남산의 개나리와 진달래는 밤에 보아도 예쁘다. 가로등 빛을 받아 야릇하면서도 고혹적이다. 조성화씨가 "벚꽃마저 만개하면 남산의 봄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고 남산의 밤은 더욱 황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을 걸어 필동 가는 길, 동국대 가는 길을 지나 체력단련장에 이르러서야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처음 출발했을 때는 쌀쌀한 밤 공기 때문에 약간 한기를 느꼈는데 이곳에 이를 때쯤에는 몸에서 제법 열이 났다. 오후 8시30분이니까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난 시간이다. 그 사이에도 많은 사람이 일행과 같은 방향으로 혹은 반대 방향으로 밤의 남산을 걸었다.

체력단련장을 지나면서 보행전용 길은 끝이 난다. 오른쪽으로 꺾어 남산타워로 가는 길은, 한쪽으로는 사람이, 다른 한쪽으로는 차량이 다니는 오르막 길이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인데도 남산타워를 향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행은 이 오르막 길을 걸으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찻길로는 앞 뒤로 전등을 켜고 남산타워를 향해 올라가는 자전거가 많았다. 밤 남산의 또 다른 풍경, 바로 야간 라이딩이다.

카페 회원 고석호(39)씨가 갑자기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 휴일이면 산에 간다고 대답했더니 자기도 원래는 등산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발목과 무릎이 아파 등산을 포기하고 대신 걷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는 "혼자 걷는 것이 싫어서 카페에 가입했다"며 "무릎과 발목의 통증이 가신 것을 보면 걷기야 말로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상씨가 카페를 연 것도 비슷한 이유다. 그 역시 걷기를 좋아했지만 혼자서 무작정 걷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이날 모인 4명은 걷는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명씩 혹은 네 명이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하고 정보도 교환했다. 지난번 걷기에 대해 품평회를 하고, 배우자에 관해 이야기 했으며, 하는 일에 대한 생각도 나누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만 해야 하기 때문에 불쌍하다거나 혹은 너무 영악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고석호씨는 "함께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마음의 응어리가 많이 풀린다"며 "이런 식의 대화야말로 걷기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금물이다. 멀쩡한 사람들도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하다가 얼굴 붉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김한상씨는 "몇 년 전 우리 모임에서 두 사람이 정치 문제로 시비를 하길래 탈퇴시켰다"며 "회원 대부분은 정치, 종교 이야기는 알아서들 피한다"고 말했다.

전망은 남쪽 길이 더 좋다. 시계가 확 트인 전망대에 서면 저 멀리 강남까지 시원하게 다 보인다. 자동차의 불빛이 꼬리를 물고, 환한 조명을 받은 한강 다리가 강물에 어른거린다. 그 너머로는 강남의 아파트들이 불을 밝히고 가로, 세로로 줄지어 서 있다.

지금 이 시간에 남산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은, 화려한 불빛으로 어지러운 것 혹은 추한 것은 다 덮은 듯 아름답게만 보인다. 함께 걷던 도보여행 회원들도 이곳 전망대에 기대 손가락으로 이 곳은 어디고 또 저 곳은 어딘지 가리켜가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 남산타워 광장에 이르자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고석호씨가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라고 일러주었다. 버스에서 중국인들이 한 무리 내려 남산타워 광장을 서성이며 서울의 밤 경치를 구경하고 있다.

조명을 받아 더욱 도드라진 서울성곽을 지나 왼쪽으로 쭉 걸어 내려오니 중앙광장 분수에 이어 '삼순이 계단'이 나온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인공 삼순이가 삼식이와 입을 맞춘 곳이라고 김한상씨가 설명하자 다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부럽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이날의 야간 걷기가 밤 9시30분쯤 끝났으니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전체 거리는 7㎞ 정도 되는 것 같다. 조성화씨는 "오늘은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은 또 내일의 일이 있기 때문에 밤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고석호씨는 "모자란 시간을 쪼개 이렇게 밤 걷기를 하고 나면 속이 편해지고 마음이 정화된다"며 "밤의 서울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상쾌한 밤 시간을 보낸 이들의 얼굴에는 내일을 위한 생기가 가득해 보였다.

■ 우리 같이 걸을까요? 도보여행모임 인터넷카페서 활발

답사를 위한 걷기든, 운동을 위한 걷기든 혼자 하면 실증이 나거나 게을러질 수 있다. 그럴 때는 걷기 모임에 들어가거나 관련 단체의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답사를 위한 걷기 모임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걷기 동호회 등의 키워드를 넣으면 찾기도, 가입도 쉽다.

도보여행가 신정일씨가 이끄는 '우리땅걷기모임'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살피자는 취지로 1985년 발족한 '황토현문화연구소'가 모태다.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으며 낙동강, 한강 등 10대강을 답사하고 영남대로, 삼남대로 등 옛길을 걸었다. 지리산 부근을 걸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생명의 순환 질서를 자각하자는 '지리산만인보'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모임이다.

한국일보사가 매월 셋째주 일요일 남산에서 개최하는 거북이마라톤도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 거북이마라톤은 남산순환도로 7㎞ 구간을 걷는 한국 최초의 걷기대회로 1978년 5월 시작했다.

걷기 단체의 활동도 활발한 편이다. 대한걷기연맹, 한국워킹협회, 세계걷기운동본부 등은 걷기대회 개최와 걷기지도자 양성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걷기운동본부는 올 여름 강원 고성에서 경북 울진까지 관동팔경을 따라 걷는 '관동별곡 800리' 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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