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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나라의 아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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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나라의 아들'의 나라

입력
2010.04.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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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전사자들의 장례가 닷새 일정의 해군장으로 결정됐다. 세부절차는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영결식장은 일각에서 제기한 서울광장이나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평택 2함대 사령부로 확정됐다.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군인들인 만큼 군의 정해진 의식에 맞춰 그야말로 여법(如法)하게 장례가 치러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장례의식 이상 중요한 것은 사건의 한 고비를 맞아 우리가 함께 확인하고 다짐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천안함 '영웅 대접'의미 새겨야

우선, 아들이나 딸을 군에 보낸 사람들은 물론, 국민 전체가 천안함 사건 같은 일이 언제나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군에서는 원래 별의별 사건과 사고가 다 생길 수 있다. 군에 자녀를 보낸 사람들은 그래서 걱정이 많다. 천안함 사건은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극단적 사건이자 사고다. 이번 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언급했듯이 우리는 분단국이며 북한의 위협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흔히 잊고 살아왔다.

자식을 군에 보낸 것은 나라에 목숨을 바친 것과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천안함 전사자들의 유족이 초기에 보여 준 행동은 분명 지나쳤다. 원통함과 충격,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고 함께 슬퍼하면서도 좀 더 슬기롭고 냉정하게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았다. 유족들은 한주호 준위의 죽음을 계기로 많이 달라졌고, 함미 인양, 실종자 수색, 장례 등에서 고맙게도 해군과 국민을 감동케 하는 결정을 내려 주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 가족들의 대처방식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이제는 국민과 사회가 전사자와 그 유족들에게 보답할 차례다. 훈장 추서나 "잊지 말자"는 외침과 다짐, 꽃을 바치는 행사의식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불행하고 충격적인 사건이 '나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면 영웅 대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과 믿음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있는 영웅도 깎아내리는 우리사회가 크게 달라져야 할 게 바로 이런 점인데, 국민들의 인식은 물론 정부의'영웅 대접'제도도 일신해야 한다. 그것도 세심하게 해야 한다. 이번에 국방부가 천안함 전사자들을 잊지 말자고 만든'we remember 46+1'이라는 인식표(군번줄) 모양의 배지에는 한글이 전혀 없다. 왜 우리가 그들을 영어로 기억해야 하는지, 그들이 미군도 아니고 참 한심하고 우스운 일이다.

영웅 대접과 더불어 군의 기강과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듯 지금 군은 사기가 떨어져 있고 기강도 군기도 흐트러져 있다. 내무반만 다르면 계급에 관계없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병영에서는 맺고 끊는 절도와 규율이 자리잡기 어렵다. 평시의 그런 분위기는 비상상황에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2010 글로벌 인적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6%로, 세계 평균 21%의 절반도 안 됐다. 업무 몰입도는 자신의 업무에 자발적으로 쏟는 시간ㆍ지식ㆍ에너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군 조직의 몰입도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은 '한심한 요즘 군대'를 질타하면서 박정희나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군을 언급하지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가 군의 무장정신을 흩트린 것은 분명하다. 또 병역기피 범죄가 여전하고, 이유야 어쨌든 병역을 마치지 않은 사람들이 고위 공직을 차지하는데 군의 사기가 높을 수는 없다.

자랑스럽게 근무할 수 있도록

어떤 사람이 20대인 아들에게 물었다. "천안함 사건이 북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복수를 해야겠지? 어떻게 생각하니?"아들은 "그러면 안 돼요"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곧 군대에 가야 되니까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의 충격은 사람마다 같지 않고, 자녀가 군인이냐 아니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나라의 아들'이 자랑스럽게 근무하고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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