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닥치기 전 샛강 준설을 끝내야 하는데 문화재 발굴 조사가 끝날 때까진 공사를 중단해야 하니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22일 낙동강 함안보 건설 현장 인근의 경남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 들판. 이곳은 보 건설 과정에서 파낸 준설토를 부어 땅을 붇돋울 농지리모델링 대상 부지로 지금 공사가 한창이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중장비들은 들판 한 켠에 우두커니 서 있었고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들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긴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당초 이곳에서는 270만㎥의 준설토를 부어 평균 4m 높이로 성토하는 작업을 내년 말까지 완공키로 했으나 11만㎥의 준설토로 임시도로만 만든 채 더 이상 준설토 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달 9일 재단법인 한국문물연구원이 “가야나 신라 유물로 추정되는 고대 토기와 통일신라시대 토기, 조선시대 백자 파편이 다량 발견돼 이 일대에 대한 발굴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문화재청에 제출해 문화재 조사대상지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26일께부터 한 달여간의 일정으로 덕남지구 74만1,000㎡에 대한 문화재분포확인조사가 시작되는데 여기서 문화재가 확인되면 본격 발굴로 이어진다.
덕남지구처럼 4대강살리기사업 건설 현장 가운데 문화재 시ㆍ발굴로 발목이 잡힌 곳이 속출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 조사가 속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4대강사업의 걸림돌이 되자 조사 자체가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문화재청이 문화재 조사대상지역으로 지정한 함안보 건설 현장 인근 덕명지구는 문화재분포확인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가 중단돼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9곳의 유물수습지구에 대한 표시조차 하지 않았다가 본보의 현장 취재 후 부랴부랴 표지판을 꽂는가 하면 당초 50㎝가량 흙을 부어 임시도로를 조성키로 했으나 2m 이상 성토를 해 버리는 등 임시도로를 가장한 성토 작업을 진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 지역 문화운동가는 “제대로 된 문화재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속도전으로 사업을 밀어붙일 때부터 경고했던 사안”이라며 “문화재가 토목공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문화재법에 따른 철저한 조사와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안=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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