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통합 LG텔레콤 부회장이 지난 15일에 취임 100일을 맞았다. 통신업계의 유ㆍ무선통합 추세에 맞춰 올해 초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 통신 3사가 결합해 새롭게 태어난 통합 LG텔레콤의 수장을 맡은 그는 누구보다 숨가쁜 100일을 보냈다. 그 동안 그는 사명 변경을 비롯해 KT, SK텔레콤등 경쟁사에 맞설 만한 파격적 요금제와 한국형스마트폰 등 비장의 카드들을 준비했다. 21일 서울 역삼동 LG텔레콤 건물에서 그를 만나 앞으로 새롭게 전개될 통신 삼국지를 미리 들어 봤다.
인터뷰=조재우 산업부장
"통신비, 지금보다 50% 낮춘 FMC 선보인다"
요즘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요금경쟁이다. SK텔레콤은 1초당 1.8원의 요금을 내는 이동통신 초당과금제를 지난달에 시작했고, KT는 이날 가족간 유ㆍ무선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상품과 월 4만2,000원을 내면 유선전화는 무제한 무료, 타사 이동통신에 전화할 경우 월 100분까지 무료 통화가 가능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LG텔레콤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뚫고 나갈 비책으로 파격적 요금제를 꺼내 들었다. "통신비 인하는 통신업체의 운명입니다. 무선 데이터 이용이 늘면 음성통화는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다음달에 통신비를 기존보다 50% 이상 낮춘 파격적 요금의 유ㆍ무선결합(FMC) 서비스를 마련할 것입니다. 그 다음에 이동통신 초당과금제도 연내 시행하겠습니다."
"다음달에 한국형 스마트폰 내놓겠다"
파격 요금의 FMC와 더불어 한국형 스마트폰은 또 다른 숨겨놓은 경쟁력이다. "스마트폰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응용소프트웨어가 많아도 쉽게 찾아 쓸 수 없으면 소용없죠.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스마트폰이 필요합니다. 1호를 다음달에 내놓겠습니다."
다음달에 LG전자에서 출시하는 안드로이드폰인'이클립스폰'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쓸 만한 응용 소프트웨어 100개 정도를 아예 휴대폰에 설치해서 내놓을 것입니다.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한국형 스마트폰은 올해 7,8종 내놓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확장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내년이면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60~70%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통신업체들이 보조금을 줄이면서 휴대폰 가격이 오를 수 있죠. 따라서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명에서 T와 C를 빼라"
요즘 이 부회장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막판 사명 변경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그는 취임하면서 주창한 '탈통신'의 정신을 새로운 사명에 담을 생각이다. "과거 통신서비스에만 얽매이지 말고 다른 산업 및 서비스와 융합하며 남과 적극 협업하는 것이 탈통신의 개념입니다. 기존 통신 영역을 뛰어넘어 사업 범위를 넓히는 비욘드(beyond) 텔레콤이죠."
그래서 그는 새로운 사명에서 텔레콤의 'T'와 커뮤니케이션의 'C'를 빼라고 주문했다. "통신 서비스만으로 돈버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T와 C는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담아 조만간 사명 변경과 브랜드 정리 작업을 끝낼 예정입니다."
사명 변경이 끝나면 4세대 이동통신 준비에 들어간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롱텀에볼루션(LTE) 등 시속 100㎞ 이상 빠르게 이동하면서 100Mbps의 고속으로 자료를 주고 받는 무선 통신이 4세대 이동통신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LG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800㎒ 주파수 사용 신청을 냈다. "이달 말 방통위에서 주파수 분배가 끝나면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준비할 것입니다. 필요하면 이 주파수를 가상이동통신(MVNO)업체나 임대(로밍) 업체 등에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IT 백년대계를 세관대찰하라"
이 부회장의 취미는 삼국지 열독과 바둑이다. 삼국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읽었고 바둑은 아마 6단의 고수다. 실제로 그는 회의 때 삼국지를 곧잘 인용하며 바둑을 경영에 활용하기도 한다. "바둑을 두면 세세한 것부터 큰 것까지 모두 보는 세관대찰(細觀大察)이 필요합니다. 경영자는 직원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직원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작은 일도 눈여겨 보고 업계의 흐름도 파악해야죠."
삼국지에 비춰 본 통신시장도 과거와 달라졌다. 공교롭게 통신시장은 위, 촉, 오가 정립(鼎立)했던 삼국지처럼 3개 업체가 버티고 있다. "과거 통신시장이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 난세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에게 무엇을 돌려줄 지를 고민해야 하는 치세의 시대입니다. 휴대폰 보조금 줄이고 세계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보통신(IT) 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정책기구의 부재는 아쉽다. "미래를 보고 IT 산업을 진흥하는 정책 기구가 없어서 아쉽죠. 방통위는 의사를 결정하고 심의하는 위원회 기구여서 진흥 정책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습니다. 20일에도 역대 정통장관들이 모여서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저녁을 먹으며 의견을 나눴습니다. 진흥 정책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는 것 같으니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상철 통합 LGT 부회장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듀크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KT 사업개발단장을 거쳐 1996년부터 5년동안 KTF 사장, 2001년 KT 사장, 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5년 간 광운대 총장을 맡았고 올해 초 통합 LG텔레콤 부회장에 취임했다.
인터뷰=조재우 산업부장
정리=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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