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을 이야기할 때 카미유 클로델(1864~1943)을 빼놓을 수 없다. 로댕은 화려한 여성 편력의 소유자였지만, 클로델의 존재만큼은 절대적이었다. 클로델은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자, 그의 예술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준 뮤즈였다. 하지만 조각가로서 홀로서기를 원했던 클로델은 결국 로댕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생의 마지막 30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는 비운의 삶을 살았다.
1883년 한창 잘나가던 43세의 조각가 로댕은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갖춘 19세의 조각가 지망생 클로델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클로델은 조수 겸 모델로 로댕의 작품 제작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로댕의 작품 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로댕이 '입맞춤' '영원한 우상' 등 격정적이고 섬세한 사랑의 모습들을 형상화할 수 있었던 것은 클로델 덕분이었다. 그러나 로댕은 클로델을 사랑하면서도 오랜 반려자인 로즈 뵈레를 떠나지는 않았다.
가족, 사회와 단절된 채 오직 로댕과 조각에 헌신했던 클로델은 로댕의 곁에서는 결코 혼자 설 수 없음을 깨닫고 1893년 그의 작업실을 떠난다. 그는 조각가로서 독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로댕은 결별 후에도 클로델의 활동을 돕기 위해 지인들에게 추천서를 보내는 등 은밀히 애를 썼지만, 클로델은 로댕이 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렸다. 결국 자신의 작품을 부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끝에 1913년 정신병원에 수감된 후 1943년 쓸쓸히 세상을 떠난다.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한 1988년작 영화 '카미유 클로델'은 대중에게 클로델의 이름을 또렷이 각인시켰고, 파리 로댕미술관 내에 마련된 클로델 상설전시실은 로댕 전시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8년 열린 클로델 회고전은 석 달간 15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로댕미술관의 홍보 담당 클레망스 골드베르거는 "사회적 관습에 저항하며 조각가로서의 삶을 열망했던 클로델의 면모가 관람객들의 지지를 얻은 것"이라며 "클로델은 로댕의 연인을 넘어 시대를 앞선 여성 조각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의 손_로댕'전은 '카미유 클로델' 섹션을 별도로 마련했다. 두 사람이 빚은 서로의 얼굴을 비롯, 그들의 비극적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클로델의 작품 '애원하는 여인 혹은 간청하는 여인'에서는 로댕을 향한 그의 절박한 사랑을 읽을 수 있고, 로댕이 클로델을 모델로 만든 작품 '회복'에는 클로델의 섬세하고도 우울한 모습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누드로 춤을 추는 두 남녀가 쓰러지기 직전의 모습을 통해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왈츠'는 조각가 클로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사랑으로 빚은 조각' 섹션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이 로댕의 조각에 남긴 강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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