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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없는 OST 낸 밴드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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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없는 OST 낸 밴드 '뜨거운 감자'

입력
2010.04.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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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 있고, 배우가 있고, 15분짜리 예고편까지 있는데 정작 영화는 없다. 영화 제작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영화를 찍을 생각이 없었다. 영화가 없는 OST. 이른바 IST(Imaginary Sound Track)가 처음으로 탄생한 것. 김C(보컬ㆍ기타)와 고범준(베이스)이 짝을 이룬 밴드 '뜨거운 감자'가 내놓은 비정규 앨범 '시소'는 존재 형식부터 그렇게 남다르다.

독특한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언가를 답습하기 싫어서"(김C)였고,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고범준)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돈 안 된다"며 말릴까 봐 수록곡들이 완성될 때까지 소속사에 알리지도 않았다.

김C는 "영화가 없다 해도 나름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굳이 그 이야기를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생각에 어떤 고랑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저희가 만든 OST를 듣고 상상하며 각자의 영화를 만들어 보라는 거죠. 앨범 1만장이 팔리면 1만개의 영화가 생기는 거라 할 수 있죠."(김C)

'시소 메인테마'로 음을 열어 'Passing Over The Rainbow'로 닫는, 10곡이 담긴 앨범은 한 편의 사랑영화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설렘과 쓸쓸함 등 사랑의 여러 결이 전해진다.

앨범이라는 형식에는 둘의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이 담겨 있다. "싱글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하고 너무 소비지향적인 음악을 하는 듯해 싫었다"(김C)는 것. "CD라는 매체도 분명 LP나 카세트테이프처럼 사라질 것이에요. 저희가 뮤지션으로서 CD앨범을 내서 이를 좀 지연시켜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KBS2 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코너 '1박2일' 출연자로 가수보다 더 두각을 나타내는 김C. 가수와 예능인 사이 어정쩡한 위치에 대해 그는 "특별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를 '뜨거운 감자' 멤버로 봐야 할지, '1박2일' 출연자로 생각해야 할지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죠. 저희 음악 알아서 정신 건강에 해로울 일은 전혀 없잖아요. 모르면 손해인 거죠. 제가 아쉬워할 게 아니니 아무 걱정 없어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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