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고 피곤한데 유세윤의 신곡이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됐다. 결국 깼다. 세윤아 너 천재다." 지난 19일 힙합 뮤지션 타블로는 트위터에 유세윤의 프로젝트 그룹 UV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극찬했다. 그 의견에 동의한다. 유세윤은 천재다. 그는 대자본이 아닌 무자본으로, 공중파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로, 최신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아닌 1990년대 초반의 랩음악으로 가요계를 강타했다.
UV의 뮤직비디오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공개된 직후 이 노래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고, 비와 이효리 같은 톱스타들과 디지털 음원차트 1위 경쟁을 했다. 어지간한 가수들이 온갖 홍보를 해도 얻기 어려운 것을 유세윤은 뮤직비디오 공개만으로 이뤘다. 이벤트성 음악과 일반 가수의 노래는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음악부터 마케팅까지 대중음악계가 교본으로 삼아야 할 만큼 멋지다.
'정말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 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같은 기막힌 표현으로 가득한 가사는 문법조차 안 맞는 요즘 몇몇 노래들의 가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랩과 비어있는 듯한 심플한 사운드의 조합은 이런 가사의 재미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No cool, I'm sorry'라며 이어지는 진지한 후렴구는 랩 부분의 코미디와 붙어 더 큰 웃음을 주면서도 타블로의 말처럼 "머리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매력이 있다. 유세윤이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온갖 몸개그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저예산 UCC의 감성과 맞닿아 있고, 자신의 미니 홈피 등을 통해 독특한 코미디를 보여준 유세윤의 캐릭터와도 이어진다.
또한 그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화제를 모으자 "우린 UV 우리 뮤비 터졌어 터졌어"라며 성공을 자축하는 노래 '성공'을 발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요즘 가요계에서 유세윤만큼 자기 캐릭터에서 자연스럽게 콘셉트를 잡고, 유행을 따르지 않고도 대중을 사로잡은 노래는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 가요계는 걸그룹만을 기획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고, 걸그룹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작년에는 '후크송'을 부르다 올해는 '강한 여자' 콘셉트로 나왔다. 모두 트렌드만 따를 때, 유세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음악과 기획으로 '측면 승부'를 걸어 스스로 트렌드가 됐다. 모든 가수들이 유세윤처럼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음악 프로그램이 결방되면서 가수들이 음악과 뮤직비디오로만 홍보하는 요즘, 가장 홍보에 성공한 '가수'가 유세윤이라는 사실은 곱씹어 봐야 하지않을까.
대중문화 평론가 lenno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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