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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질 보호/ 익산 왕궁 축산단지 철거해 오염 차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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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질 보호/ 익산 왕궁 축산단지 철거해 오염 차단하라

입력
2010.04.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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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전북 익산시 왕궁 축산단지. 19일 온수리 축산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심한 악취가 코를 찔러 제대로 숨 쉬기가 힘들었다.

온수리 주교제(저수지)는 축사에서 유입된 분뇨가 수십년 동안 쌓여 토양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가축분뇨로 거의 매립되어 저수지라고 말하지 않으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인근 학평제도 마찬가지로 축사에서 쏟아진 시커먼 축분 폐수가 그대로 흐르고 있다.

이처럼 왕궁축산단지 내 3개 저수지에는 미처리 축산오수 57만4,000㎥가 장기간 방치, 비가 오면 만경강에 유입되어 수질을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 방류수 수질기준(BOD 30㎎/L)보다 훨씬 높은 300~500㎎/L 수준으로 방류되고 있다.

더욱이 악취는 물론 폐사 가축 투기와 매몰에 의해 토양오염이 심각하고 재래식 축사에서 집단ㆍ밀집 사육을 하기 때문에 전염병 발병마저 항상 우려된다.

축사 앞에서 만난 익산농장 김종윤(72) 대표는 "이곳은 보시다시피 사람 사는 데가 아니라 짐승이나 사는 곳"이라며 "우리도 수 십 년 살고 있지만 악취가 심해 하루하루 지내기가 힘들어 주민들 모두 떠나고 싶지만 먹고 살길이 없어 가축을 키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949년에 조성된 축산단지는 왕궁면 온수리 구덕리 일대 익산, 금오, 신촌 3개 농장에서 현재 한센인 711명(499세대)을 포함, 2,209명(1083세대)의 주민이 돼지 14만 마리와 닭 5만2,000여마리, 한우 789마리를 키우며 생계를 잇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배출되는 오폐수 1,165톤이 인근 익산천과 왕궁천을 통해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으로 흘러 수질과 악취의 주범으로 지적 받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해 1조3,0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축산단지 옆 익산천의 오염도는 10년전과 비교해 개선되기는커녕 BOD기준으로 오히려 10배가 증가한 574ppm이나 되고 이는 한강에서 수질이 나쁜 노량진 부근이 5.6ppm인 것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익산시는 수질 개선을 위해 현재 563억원을 들여 축분을 고도처리할 수 있는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을 보강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처리장이 오폐수 배출량의 절반밖에 소화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효과가 의문시되고 공사가 완공되면 처리비용만 부담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지난 2004년부터 단지 내 휴폐업한 축사와 토지 13만㎡를 매입한 시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3년간 352억원을 들여 축사와 부지 22만㎡를 추가로 사들여 바이오순환림을 조성할 방침이지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터덕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런 대책이 오염원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않는다며 왕궁축산단지를 철거 후 공영개발 방식으로 내부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 1월말 이동신문고 민원 상담차 익산에 온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왕궁축산단지를 방문해 "새만금의 수질 개선과 한센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축산단지문제를 원점에서부터 검토해야 하고 지금과 같이 예산을 찔끔찔끔 들여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60년이 넘도록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한센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책과 관련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집단이주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축산단지 철거 방안에 힘을 보태 주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3월'왕궁축산단지 이주 대책'을 마련, 내년부터 2015년까지 국비 등 2,500억원을 들여 축산단지의 나머지 토지와 축사, 주택 등 269만㎡를 사들이고 폐업보상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도 이 같은 이주대책을 검토, 조만간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익산시는 매입과 보상, 집단 이주 등이 마무리되면 2016~2020년 지방비 1,800억원을 투입, 단지 전체(282만㎡)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해 한국 LED협동화단지를 조성하고 국가 식품클러스터 추가 부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영개발은 시급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나 공익을 위한 사업에 적용되는 개발방식이다.

웅덩이 축분제거 사업과 한센인 500여명이 입주할 수 있는 양로시설도 건립하기로 했다.

익산시 강종규 환경위생과장은 "이곳은 수 십 년간 방치돼 도저히 회생할 수 없을 상태"라며 "새만금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주민의 개발동의를 받아 놓은 상태이며 국비를 지원 받아 완전히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철거 후 공영개발에는 토지와 축사 매입비, 철거 보상비, 양로시설 신축비, 축분 처리비, 내부 개발 공사비 등 모두 4,72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우선 2,500억원의 국비 지원이 선결 과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새만금추진기획단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8개 부처 10여명의 실사단이 이 달 초 왕궁 축산단지를 방문, 현장 실사 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원마련에 난색을 표시해 익산시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실사단은 현장에서 "왕궁 축산단지의 완전 철거를 위해서는 수천억원대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무엇보다 재원 마련이 시급하지만 법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근거가 없다"면서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사실상 재원 확보 방안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전종수 익산시장 권한대행은 "왕궁 축산단지의 철거 없이 새만금의 수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함께 한센인의 인권과 새만금의 환경에 도움되도록 연차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정엽 대림산업 소장/ 방조제 첫삽부터 준공까지 19년 근무 '새만금 산증인'

새만금 방조제 착공부터 준공까지 현장에서 19년째 지켜본 '새만금의 산증인'이 있다.

주인공은 대림산업의 이정엽(51ㆍ사진) 소장. 전체 4개 공구로 나눠진 새만금 방조제 전체 구간(33.9㎞) 중에서 대림산업이 시공한 3공구(2.7㎞ㆍ신시도배수관문 포함) 현장 소장이다.

1991년에 시작된 1공구 공사와 달리 1992년 6월 착공된 3공구 현장에 배치되어 지금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새만금방조제 전체 공사 구간을 포함, 19년째 내리 근무한 사람은 그가 유일무이하다.

계장 직책을 달고 새만금에 부임한 후 줄곧 이곳에서 일하다 2006년 부장 승진과 함께 소장을 맡아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경영지원팀 양정희(45) 차장은 "한두 번씩 다른 지역 현장으로 갔다가 되돌아온 사람이 대부분인데 현장 한곳에서만 19년째 근무한 토목기술자는 국내에서 이 소장님이 처음일 것"이라며 그의 진기록을 인정했다.

이 소장이 서울에서 아무 연고도 없던 새만금으로 내려올 당시 갓 돌 지난 작은 아들이 올해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직장생활 25년 중 3분의 2 이상을 새만금 현장에서 보낸 만큼 새만금에 대한 애착과 감회는 남다르다.

당초 6년 기간이었던 3공구 공사가 정권이 바뀌고 환경단체의 사업 중단요구 등으로 19년이나 걸릴 만큼 방조제 사업은 무척이나 험난한 과정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불거진 시화호 수질문제로 역풍을 받아 공사가 중단됐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용도변경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 소장은 "시화호의 불똥이 새만금으로 튀면서 공사가 중단되는 홍역을 치렀다"며 "지금 돌아보면 환경 시설을 더욱 보강하는 계기도 됐지만 현장 사람들에게는 큰 시련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신시배수갑문 건설을 최대 난공사로 꼽았다. 2년6개월에 걸쳐 진행된 배수갑문 공사는 높이 15m, 폭 30m에 달하는 거대한 갑문 10기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밤낮으로 일한 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는 이 소장은 1992년 새만금 현장 투입과 함께 가족들을 데리고 전주로 내려왔지만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 결과 당초 5년 공기를 2년6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특히 2006년 방조제 끝물막이 직전에 시행한 막바지 공사는 엄청난 유속 때문에 목숨을 건 사투였다.

준공식을 앞둔 그는 성공적인 마무리에 안도해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소장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기술자로서 대역사를 대과없이 끝까지 마무리했다는 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새만금 내부개발 사업이 잘 마무리되어 고부가치를 창출하는 성공한 국책사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8년 동안 정들었던 사업장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발길이 무겁다. 준공식이 끝나면 6월께 잔여공사를 마무리한 뒤 농어촌공사에 인수인계 작업을 마치면 그의 임무도 끝나게 된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새만금을 떠나려니 서운하지만 우리 회사가 내부개발 사업도 참여하길 바라고 있는데 잘 되면 다시 새만금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는 지난해 열린 회사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는데 부상으로 받은'해외여행 티켓'을 아직도 장롱 속에 넣어 두고 있다.

이 소장은"그 동안 남편, 아빠 노릇 제대로 못했는데 우선 방조제 공사를 완전히 마무리한 뒤 시간을 내어 가족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수학 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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