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북한 잠수함 탐지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의 링스(Lynx) 헬기가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평소의 2배가 넘게 무리한 출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링스 헬기는 천안함 침몰 현장에도 출동했던 기종으로 군은 천안함 사고 이후 링스 헬기의 출격 횟수에 대해 공개를 거부해 왔다. 따라서 군이 왜 이 같은 사실을 숨겼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일 "링스 헬기는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고 전 24일간 20회, 사고 당일부터 24일간 50회 정도 출격했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또 현재 가동 가능한 링스 헬기가 20기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1기가 하루 2, 3차례 출격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사고 당일 작전예규상 최고 등급의 경계태세인 서풍_1이 발령됐고 비상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무래도 반복 출격이 불가피했다"며 "기체 정비가 정상 주기로 이뤄지지는 못했고 일부 증원했지만 조종사의 휴식 시간도 짧아졌다"고 말했다.
해군은 매일 동해 서해 남해에 P_3C 초계기를 띄워 일상적 해상 정찰과 대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링스 헬기는 소형인 데다 항속시간이 3시간에 못 미쳐 정해진 출격 주기 없이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포착되는 등 필요에 따라 출격한다. 일종의 신속대응군인 셈이다. 따라서 링스 헬기의 출격이 많은 것은 뭔가 긴박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링스 헬기가 혹사당했다는 것은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링스 헬기는 이처럼 무리하게 작전에 투입하면서 15일과 17일 이틀 간격으로 바다에 추락했다. 17일 사고에서는 기체가 인양되고 탑승자 전원이 구조됐지만 15일 사고에서는 1명이 숨졌고 3명은 현재까지도 실종 상태이며 기체도 찾지 못하고 있다. 군은 1991년 12기, 2000년 13기를 도입해 운영했지만 93년 1기가 경북 성주군 야산에 떨어진 것을 제외하곤 사고가 없는 기종이었다. 링스 헬기의 운용률은 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군 지휘부는 추락 사고의 책임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회 국방위 답변에서 "지금까지 조사 결과, 조종사의 실수가 문제된 것도 있다"고 발뺌했다. 앞서 18일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처장은 브리핑에서 "추락한 링스 헬기는 계획된 통상적 초계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며 "천안함 사고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당시 이 처장은 출격 횟수에 대해서는 "더 확인해 보겠다"고 얼버무렸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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