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와 연계된 사채업자들이 자금난에 빠진 코스닥 업체에 돈을 빌려준 다음, 유상증자 과정에서 회사 대표를 협박해 수백억원을 빼앗았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하지만, 전직 검찰 및 법원의 고위 간부들을 변호인으로 대거 선임해 구속 기소된 지 이틀 만에 보석으로 석방돼 '전관예우'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의 유명 사채업자이면서 조폭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모(52)씨와 문모(44)씨는 지난해 4월 ㈜쎄라텍이 자금 압박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다음달 이 회사 대표 송모씨를 만나 경영권 포기각서와 이사 3명의 사임서를 담보로 해 쎄라텍이 발행하는 90억원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었다.
이후 이씨는 주가조작 전문가로 알려진 남모(38)씨를 송씨에게 소개했고, 남씨 주도로 지난해 8월 쎄라텍 유상증자가 시작됐다. 2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이들은 그러나, 유상증자 실패가 예상되자 돈을 회수키로 마음먹고 송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 돈이 네 것이냐, 이 XX들 겁이 없구나. 잘라버리겠다" 등과 같은 폭언과 폭행 위협을 가하자 송씨는 결국 이들에게 회사 명의의 계좌와 도장 등을 건네줘 205억원을 빼앗겼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손준호)는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혐의로 이씨와 문씨를 구속기소하고, 남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1부(부장 박홍우)는 14일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2억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구속된 이씨 등 2명을 석방했다.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전직 서울고검장과 전직 서울중앙지법원장 등으로 이뤄진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으며, 검찰총장 출신인 변호사도 비공식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쎄라텍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변호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뒤 "조폭과 연계한 악덕 사채업자들인 이들이 석방될 경우 피해자들에 대한 보복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법원은 어떠한 이유도 없이 이들을 전격 석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빌려준 돈을 받았을 뿐이라며 차용증도 제시하고 있어, 공갈 혐의의 성립 여부를 다퉈볼 만하다고 판단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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