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를 향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금융개혁 작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의회 심의가 시작됐고, 오바마도 대국민 설득에 나서며 '건강보험개혁' 때와 같은 성과를 다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1930년대 이후 초유의 월가 개혁이될 것" 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을 방문, 월가 인근 쿠퍼유니온 대학에서 연설을 통해 금융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배포된 요약 연설문에서 "이번 금융개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은 경제 위기를 다시 겪게 될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을 직접 조준한 강한 표현들도 등장했다.
AFP통신은 그가 자유 시장이란 회사들에게 무제한적인 탐욕을 허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서 거래되는 모든 돈의 위에는 집을 사고, 자녀를 교육하고, 은퇴를 준비하려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월가 일각에서는 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월가 수장들을 향해 로비스트 군단을 철수시킬 것을 촉구하고 "우리와 싸우려는 노력 대신 우리에게 동참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앞서 상원 농업위원회는 21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파생상품을 규제하는 내용의 '월스트리트의 투명성과 책임성 법안'을 찬성 13, 반대 8표로 통과시켜 상원 전체회의에 넘겼다. 대형은행이 파생상품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파생상품 거래는 '청산결제소'에서 이뤄지게 한 것이 핵심이다.
과거 농산물 상품시장을 농업위가 맡았었기 때문에 파생상품도 농업위에서 심의됐지만, 더 큰 그림의 '금융 규제법안'은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논의 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형 금융사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고, 복합금융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초근 골드만삭스의 사기 사태로 문제가 된 부채담보부증권(CDO)의 리스크 중 일정부분을 발행주간사인 은행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향후 입법화 과정에서 건강보험 법안 때와 같은 갈등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많다. 특히 매사추세츠주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로 민주당 의석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저지선(60표)에 1석이 모자란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공화당으로서도 마냥 반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현 정권에 대한 반대가 높아가고 있지만, 월가 개혁 분야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민 중 60%는 금융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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