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에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섹스 시켜주는 것이 제 임무였습니다."
'검찰 X파일'을 공개한 장본인인 건설업자 정모(51)씨는 20일 밤 방영된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에 출연해 25년간 검사들의 '스폰서'로 살았던 자신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1984년 26살의 젊은 나이로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은 그는 91년 경남 도의원에도 당선되는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지역유지였으나 검사의 스폰서를 자처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 한 마디에 회사가 죽고 사는 시대였습니다. 저도 검찰에, 일종의 보험이랄까. 어린 마음에. 스물여섯이면 어리지 않습니까. "
그가 검사에 대한 접대내역을 자필로 기록한 문건에 따르면 그는 검사들에게 금품과 각종 향응을 제공하고 2차 접대까지 했다. 그는 스폰서로서 본인이 접대한 검사들의 실명과 직책, 휴대폰을 기록했다. 실명이 거론된 전ㆍ현직 검사만 57명에 달했다. PD수첩은 그 중 현직 검사장인 A(52), B(47)씨 두 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A, B검사장은 모두 취재과정에서 정씨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 등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PD수첩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두 명 모두 정씨가 접대하는 술 자리에 수 차례 참석했다. 특히 A검사장의 경우엔 서로 말을 존대하지 않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A검사장과 정씨의 통화를 녹음한 기록에는 두 사람은 잦은 술 자리를 했을 뿐 아니라 서로를 동지적 관계라고 지칭하고 있다.
정씨에 따르면 그를 잘 모른다고 했던 B검사장 역시 부산에서 근무할 때 한 달에 2차례씩 10회 이상 정씨에게 접대를 받았다. 그는 B검사장에게 택시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검사장은 이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정씨는 특히 84년에서 90년까지 평검사에게 월급보다 많은 돈을 매달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진주지청에는 6호까지 검사가 있었는데 저보고 7호 검사라고 했을 정도로 검찰과 가까웠다"고 증언했다. 특히 그는 지난 정부시절 부산에서 감찰부 검사까지 접대했고, 작년까지도 이 같은 접대가 이어졌다고 주장해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산지검은 이 같은 방송내용에 대해 "가명으로 처리된 제보자의 신뢰성 없는 일방적 주장만 나열했다"면서 "이는 방송의 공정성을 해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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