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서울지역 고교 입시에 처음으로 도입된 고교 선택제 시행 결과 지역ㆍ학교별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이 2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2010학년도 서울시 후기 일반계고 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196곳의 일반고 가운데 1단계 지원에서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기 학교'는 54곳에 달했다. 반면 경쟁률이 2대 1 이하인 학교도 48곳이나 됐고, 미달 학교도 7곳으로 학교간 양극화 현상이 심각했다.
인기 학교는 강남에 몰려
학교별 1단계 경쟁률은 구로구의 신도림고가 17.1대 1로 가장 높았다. 서울고(16.4대 1), 숭의여고(15.9대 1), 휘문고(15.8대 1), 건대부고(13.9대1), 한영고(13.7대 1), 서울사대부고(13.3대 1), 양정고(13.2대 1), 대진여고(13대 1), 보성고(12.2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정원의 20%를 뽑는 1단계는 서울지역 전체 고교 가운데 2곳을 거주지와 상관없이 선택하는 방식이어서 학교별 선호도가 뚜렷한 편이다.
1단계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 학교는 모두 19곳으로, 이 중 4곳이 강남학군(강남ㆍ서초구)에 위치했다. 강남학군과 함께 '사교육 특구'로 분류되는 강서학군(양천ㆍ강서구)에도 경쟁률 10대 1 이상의 선호학교가 3곳이 포함됐다.
반면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 학교가 한 곳도 없는 구는 절반 이상인 13개 구였고, 특히 마포ㆍ서대문ㆍ금천ㆍ용산ㆍ종로구에는 경쟁률이 5대 1이 넘는 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단계 미달 학교는 7곳으로, 2곳은 중부학군(용산ㆍ종로ㆍ중구)에 들어있었다.경쟁률이 2대 1 미만인 학교 48곳의 대부분은 용산ㆍ성북ㆍ강북ㆍ종로ㆍ성동구 등 강북 지역에 분포돼 있었다.
경쟁률 높은 학교 수능 성적도 좋아
고교 선호도와 해당 학교의 수능 성적은 대체로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0학년도 수능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합산 성적이 높았던 학교들은 모두 경쟁률이 높았다.
강남학군에서 342.09점으로 수능 성적이 가장 높았던 숙명여고는 11.1대 1, 두번째인 은광여고는 4.2대 1, 3위 세화여고는 10.1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강동학군에서 일반고 가운데 수능 성적이 가장 높았던 창덕여고는 7.2대 1, 2위정신여고는 7.9대 1이었다. 강서학군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능 성적 1,2,3위인 진명여고(9.5대 1), 목동고(4.9대 1), 신목고(11.3대 1)의 경쟁률은 다른 학교들을 압도했다.
동대문구의 경우 경쟁률이 9.9대 1로 가장 높았던 경희여고의 수능성적은 서울지역 63위였지만 2.2대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A고는 수능 성적이 173위에 그쳤다. 같은 자치구 안에서도 등수 차이가 100등 이상 벌어진 것이다.
경인고 신현고 광성고 문일고 장훈고 등은 수능 성적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학군별 특성에 따라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차별적인 학교별 정보 공개 논란
최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 정치권의 주도로 학교별 수능 표준점수 평균과 등급별 비율, 교사들의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가입자 명단에 이어 서울지역 고교 경쟁률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 경쟁률이 학교간 서열화와 미달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3년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알 권리가 있다"며 줄기차게 정보 공개를 요구하자 두손을 든 것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지원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 선호 학교의 경쟁률은 더욱 높아지고, 미달 학교들은 기피 학교로 찍혀 학교간 선호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시교육청은 긴급예산을 편성해 경쟁률이 저조한 비선호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3년 연속 미달인 학교는 폐교 조치하는 등의 조처를 할 방침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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