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막장 광부들의 무딘 마음을 열었다. 범상한 광부들이 미술품을 접하게 되면서 예술의 의미를 알게 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싶은 것을 화폭에 실현시키면서 그들은 예술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자기 삶의 색깔을 바꾼다. 명동예술극장의 '광부 화가들'이 그리는 풍경이다.
척박한 삶일수록 예술의 향취가 더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 리 홀의 메시지가 보다 강렬해졌다. 토 슈즈를 통해 꿈을 찾는 빌리 엘리어트를 미술감상이라는 지렛대로 한 단계 고양시킨 결과다. 그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이 무대에서 광부들은 그림을 감상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갖기에 이른다. 120만명의 광부들이 모여 사는 1930년대의 한 탄광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난다. 질박한 광부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강사 라이언 역에 권해효(45), 광부들이 예술품과 접촉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후원자 역에 문소리(36), 미술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 내면의 갈등과 맞닥뜨리게 되는 광부 역에 윤제문(40) 등 무대와 매체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이들의 호흡은, 배우가 살아있는 무대란 어떤 것인지 실증한다.
이밖에 개성파 광부의 모습을 보여줄 이대연, 김승욱, 원창연 등의 안정감 있는 앙상블이 무대를 살찌운다.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예리하게 벼리는 것이 희극 연출의 달인 이상우의 언어 감각이다.
이 공연은 세계에서 네 번째이면서, 비유럽권으로는 최초의 것이다. 오는 가을께 무대에 올릴 예정인 브로드웨이를 앞지른 것이다. 5월 5~30일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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