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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오래된 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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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오래된 유원지

입력
2010.04.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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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이 나훈아보다 좋다는 이야기를 이제 어디서 누구한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나는 오래된 유원지로 갑니다 유원지 강변에는 하나는 자신 있는데 두 개는 정말 모르겠어 하며 고개를 기울이고 라면물을 맞추는 여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냄비 옆에는 우리의 걸음 안으로 떨어진 해가 있고 그 옆에는 애호박이며 깻잎들이 잡히지도 않는 피라미나 모래무지를 기다리고 그러면 나는 어느 낡은 대문 같던, 여자의 앞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들을 듣다가 새가 부리를 씻듯 강물에 입을 가까이 하고 어두워지는 강 건너를 궁금해할지도요

낮게 자란 뚝새풀 사이에는 물새 발자국 몇 개도 찍혀 있겠습니다 기색도 없이 웃음을 터트리던 여자나 우리가 보낸 여름 같은 것들은, 새의 걸음을 따라하다 갑자기 거세진 강물에 놀라 날아올랐겠고요 나는 강변에 텐트를 치고 누가 문을 열어젖힐까 걱정하면서 젖은 몸을 꼭 안고 저녁잠이 들고 싶었습니다

● 파도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어서 무작정 안면도로 간 적이 있었지요. 백중 사리 때였어요. 저녁이 되자 물이 밀려들더군요. 밤이 되니 바다 위로 달까지 하얀 길이 생기더군요. 그 길을 따라서 계속 걸어가면 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딜 간다고 하면 뭘 꼼꼼하게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저 텐트 하나만 달랑 들고 간 여행이었죠. 요즘 사람들은 텐트에서 잘 때, 집만큼 큰 텐트를 들고 다닙디다. 그 텐트 안에 침실 텐트가 따로 있더이다. 읍내 김밥천국에서 사온 천 원짜리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는데, 바비큐 냄새가 모락모락. 꼭 오래된 사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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