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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 보기] <31> 남한 최초 발견 고려벽화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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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 보기] <31> 남한 최초 발견 고려벽화무덤

입력
2010.04.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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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고려시대에 축조된 무덤 가운데 벽화가 발견된 예는 4건이다. 이 가운데 최초로 발견된 것이 거창 둔마리 고분이다.

1971년 거창에서 무덤벽화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고고미술학계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71년 7월에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의 정비공사 중 우연히 백제 무령왕릉이 발견되어 그야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어 늦가을에 접어든 11월 중순 거창 고분에서 벽화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즉각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 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서울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김원룡 교수와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현 국립문화재연구소) 김정기 실장을 현지로 급파했다. 무덤은 이미 도굴되어 부장된 유물은 한 점도 없었다.

결국 무덤 벽에 그려진 벽화와 무덤 안에 남아있는 무덤 주인공의 인골만이 조사자를 맞이했다. 현지 사람의 도움으로 간단히 내부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발굴조사는 이듬해 12월에 들어서서 문화재연구실이 주축이 되어 하게 되었다. 겨울 날씨 관계로 무덤입구에 텐트를 치고 내부조사를 했다.

유물은 도굴되어 결국 구조조사와 벽화 조사에 지나지 않은 데다 중요한 벽화 촬영마저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촬영도구로는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당시만 해도 벽화를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은 고사하고 적외선 촬영장비가 없었고 이러한 벽화의 정밀 촬영을 시도해 본 일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외국 전문가를 통한 정밀 보완조사가 요구되었다. 다행히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진홍섭 관장의 주선으로 일본의 적외선 촬영전문가를 초빙해서 벽화에 대한 정밀 촬영을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고대 무덤 벽화에 대한 적외선 촬영을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다.

일체의 촬영은 일본인 전문가인 이이야마(飯山達雄)씨가 했다. 무덤 내부가 겨우 한 두 사람 들어설 좁은 공간인 데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은 그림을 특수 기술로 촬영하는 것이었다. 무려 12시간에 걸쳐 촬영한 결과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게 되었다. 촬영한 자료는 모두 이화대학교 박물관이 소유하게 되었다.

지금은 디지털 촬영시대이지만 당시는 적외선 촬영을 위한 특수필름이 필요했다. 말하자면 X선 촬영인 셈이었다. 이 벽화무덤은 비록 주인공은 알 길이 없었으나 13-14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판단되고, 벽화는 개성지역 고구려 왕릉에서 발견된 四神圖(사신도)벽화와는 다른, 연주하면서 하늘을 날아 영혼을 천당으로 안내하는 소위 奏樂仙女像(주악선녀상)으로 밝혀졌다.

정말 화나는 것은 무덤의 조성방법을 보면 무덤의 주인공은 분명 거창지역의 호족이었거나 벼슬을 한 사람이 분명한데 후손이 없어 고분으로 남아있다 도굴의 화를 입고 학술조사는 뒷북조사가 된 점이다. 물론 유물도 한 점 남김없이 싹쓸이 도굴되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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