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년간 국립 외대 역할… 글로벌 인재 산실 걸맞는 전략적 지원을"
한국외국어대가 20일로 개교 56주년을 맞았다. 박철 총장은 "정부가 해야 할 외국어 전문인력 양성을 외대가 해 나가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외대를 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에서도 개설하지 않은 외국어 학과들을 만들어 해당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외대에 대해 국가전략교육기관 식의 대우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총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G20 개최와 원전 수출 등 외교 성과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외국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은 외대를 활용하고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대를 '글로벌 시대 어학 특화의 산실'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외대가 '외국어국립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각종 정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박 총장의 소신이다.
인터뷰= 김진각 정책사회부 부장대우
_주요 국가들은 외국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국립 외국어 전문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미국의 경우 국방외국어대, 일본은 도쿄(東京)외국어대, 프랑스는 이날코대, 중국은 베이징(北京)외국어대 같은 것을 모두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이들 나라 외국어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시키고 있는 언어수만 최저 25개에서 많게는 93개나 됩니다. 우리나라는 사립인 한국외대가 45개 언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_한국외대가 외국어 분야에서만큼은 국립대 기능을 해왔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셈이지요. 개설된 외국어 수를 놓고보면 한국외대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주요 국가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만 국립외국어대가 없어요. 한국외대가 국립외대 역할을 대신해온 겁니다."
사실 한국외대의 국제화 및 외국어 교육 역량은 정평이 나 있다. 외국인 교원이 전체 교원의 30.7%나 된다. 교수 10명 중 3명 정도가 외국인 교수라는 얘기다. 원어 또는 영어로 강의하는 비율도 30.3%다. 국내 대학 중 이른바 외국어 분야 '30ㆍ30클럽(외국인 교수 30%, 외국어 강의 비율 30%)'에 든 유일한 학교다.
_특수한 지역의 언어를 가르치는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교 이후 줄곧 국가적 책무이기도 한 전략적 국제 인재 양성을 대신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대내적으론 다문화 시대의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 전문가 양성이 필요해요. 대외적으로는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벌이즌 치열한 자원확보 경쟁과 다변화하는 지역 분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측면이 커요. 이들 지역에 체류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지역 전문가 양성은 국가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고 보고 있어요."
_어떻게하면 특수 외국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까요.
"단ㆍ장기적 방안으로 나눌 수 있어요. 단기적오른 한국외대에 특수외국어학과 신설에 필요한 예산을 국가가 지원하는 겁니다. 특수외국어학과 학생들이 현지에서 공부할수있도록 재정을 지원하고, 아프리카연구소 중동연구소 등 전략적 진출 지역에 대한 지역연구소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요. 중ㆍ장기적 방안으론 특수 전략 외국어와 전략적으로 진출하는 지역에 대한 언어 및 지역 사정을 교육 연구하는 전문 교육기관이 설치해야 해요. '국가전략언어연구원' 정도의 이름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는 국가를 위해 설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꾸려지는 게 맞습니다. 이런 연구원을 만들어서 정부 기관이나 해외 진출 민간기업들의 지역 전문가 및 외교 인력 연수를 담당하게 하는 겁니다. 전문 연구원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특수지역 연구를 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도 중요해요."
말레이ㆍ인도네시아어과, 몽골어과, 아프리카학부 등 다양한 특수 외국어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외대는 2000년 이후에도 중앙아시아어과, 우크라이나어과 등 5개 특수 지역 학과를 또 개설했다. 박 총장은 "내년엔 캄보디아어, 미얀마어, 라오스어과 등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특수지역학과를 추가로 설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_외국어와 전공지식을 접목시켜야 대학의 경쟁력이 키워지는 것 아닌가요.
"앞으로 4년 동안의 학교 발전 로드맵이 만들어졌어요.(박 총장은 재선에 성공해 2월부터 4년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5대 명문사학과 세계 100대 대학을 지향하고 있어요. 외대의 발전은 세계 속의 대한민국의 위상과도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고 봐요. 한국은 외대를 통해 세계를 보고, 세계는 외대를 통해 한국을 보게 될 겁니다."
_어떻게 하면 그런 부분이 가능해질까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학과를 만들고, 단과대학 벽을 깨고 이종학문을 함께 연구하는 학제 간 융합연구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겁니다. 이를 위해 '외대 비전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향후 4년간 외대가 가야 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위원회가 많은 것들을 바꾸고 개혁안을 내놓을 겁니다."
박 총장은 취임 후 '외대비전 2016'을 제시했다. '세계를 이끌어 가는 외대', '국내 5대 사학 재진입'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계획이다. '교육∙학생 분과', '교육∙연구분과', '조직∙인프라 분과', '재정∙사업 분과' 등 4개 분과로 나눠져 있다.
_교육역량을 강화하는 게 주요 대학들의 화두가 되어 있습니다.
외대비전 2016의 '교육∙학생 분과'가 그 역할을 할 겁니다. 우수 교수를 초빙하고, 교수업적평가의 체계 및 기준을 개선하고, 각종 연구장려책 마련과 산학협력 및 학제간 융합연구를 핵심 과제로 선정했어요. 외국인교수 임용을 더 늘리거나 교수초빙제도를 다양화 해 저명한 인사와 국제적 경쟁력 갖춘 석학들을 초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았어요."
_재정이 뒷받침돼야 실천이 가능한 방안들이 아닐까요.
"2014년이면 개교 60주년을 맞게 됩니다. 이때까지 총 2,000억의 학교발전기금을 마련할 겁니다. 집중모금캠페인을 전개할 것이고, 외국어 관련 수익사업과 외부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예정이에요. 어려운 목표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요."(박 총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951억 8,000여만원의 발전기금을 모았다.)
_대학 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는 어떻게 해야 가능해질까요.
"앞으로는 등록금 인상만으로 학교 운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가 될 겁니다. 대학에서도 학교 기업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어요. 외대의 경우 특화된 외국어를 중심으로 외국어본부사업에서 수익사업을 통해 연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테솔 전문교육원, 통번역센터, 한국어문화교육원, 플렉스센터, I-외대 영어캠프, 외국어연수평가원, 국제사회 교육원, 외대출판부 등이 대표적인 수익창출 통로라고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외국어본부사업을 더욱 확대해 교육 사업에 투자 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박 총장은 재정 문제가 나오자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역설했다. "다른 나라들은 외국어대학을 모두 국립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국가전략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선 국가적 차원에서 외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단행돼야 합니다."
_대학과 대학원 교육을 차별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행 대학 교육이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교육환경과 교육 프로그램을 창조하는데 부족한 것은 분명해요.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대학 재정의 확보와 함께 창조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시설의 개조 등이 필요해요, 여기에 전원 기숙사 교육이나 우수 교직원 확보, 대학 구조의 혁신, 정부 혁신의 확대 등도 요구된다고 여기고 있어요."
-외국어대의 정체성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외국어대는 '국가전략교육기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러면 외국어가 기술이자 자본이지요. 정부가 전략적으로 외국어대를 지원하고 키워야 할 때가 된 겁니다. 그렇게 해야 외국어대가 맞춤형 실용학문의 보고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외대는 외국어 명장 육성을 위해 인천 송도에 최첨단 통번역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박 총장의 구상은 세계적 대학으로의 도약으로 읽혀졌다. 외국어특성화대학과 국내 제1의 글로벌 대학을 뛰어넘어 세계 속으로 당당히 들어가겠다는 의지로 여겨졌다. 인천 송도에 글로벌 제3캠퍼스를 조성해 동북아 최고 수준의 국제지역연구 클러스트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론 국제비즈니스의 싱크탱크를 구축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_올해 본격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는 문제가 없었나요.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학생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임에 틀림없어요. 수험생의 고교 생활, 다시 말해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의 평가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려면 고교 교사들이 학생부 기록에 철저해야 해요. 학생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뜻이지요. 또 교사 추천서도 남발하지 말고 명백한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돼야 해요. 왜냐하면 추천서 역시 학생평가에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_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입학사정관 운영 공통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대교협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억제라는 입학사정관제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할때 대교협은 해당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대학이 처한 여건에 맞게 입시가 이뤄져야 진정한 대입 자율화의 토대가 닦일 겁니다."
_입학사정관제 비율을 늘릴 계획인가요.
"2011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907명을 선발합니다. 모집정원의 27%에 해당하는 인원이지요. 대입시 완전 자율화가 예정되된 2012학년도에는 모집정원의 30%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고, '외대비전 2016'이 마무리되는 2016년엔 입학정원의 절반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계획입니다."
박 총장은 말미에 외무고시를 언급했다. 한때'외교관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던 한국외대가 외국어가산점 폐지 이후 상대적인 피해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했다.
kimjg@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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