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천혜의 방역대(帶)로 여겨졌던 바다(강화해협)를 건넘에 따라 방역당국과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계절적으로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인데다가 이전 발병 농가와는 이렇다 할 역학적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기(바람)를 통한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충남 보령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양성으로 나올 경우 공기감염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것이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공기전파 가능성
20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열린 김포 구제역 설명회에서 방역 당국은 "심도 있는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만 되풀이 할 뿐, 구체적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구제역 바이러스가 바람을 통해 육지서는 60㎞, 해상에서는 250㎞까지 이동한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강화도와 의심신고가 들어온 보령 농가가 직선 거리로 150㎞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서해안에 인접해 있는 만큼 공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도 "프랑스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200㎞ 떨어진 영국의 한 섬까지 바람을 타고 옮겨갔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김포 구제역에서의 공기감염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지만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21일 오전으로 예정된 보령 구제역 의심 소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에서,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사람이나 차량 접촉이 아닌 공기를 통해 감염됐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도로를 차단하는 기존 방역으로는 확산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허술한 방역망
공기를 통한 감염이 증명되지 않으면 당국의 허술한 방역망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포 젖소 농가의 구제역 혈청형이 강화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O형'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황사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검역원 관계자는 "2000~2007년 전국의 황사를 포집해 구제역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포 발병 젖소는 항원(바이러스) 검사에선 '양성'이 나왔지만 항체는 음성반응을 보였다.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항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은 감염된 지 얼마 안 됐다는 뜻"이라며 "감염 시기를 4일 전쯤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당국이 강화 일대에서 방역에 나선 9일 이후 바이러스가 강화를 빠져 나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결국 방역망에 구멍이 생겼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포 농가도 최초 발생 농가에서 5.3㎞ 떨어진 경계지역(3~10㎞) 내의 농장에서 발생한 만큼 관리하고 있던 방역망이 뚫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확산 총력저지
방역당국은 이날 김포에 이동통제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김포 전역의 430개 축산 농가에 대한 소독을 하루 3차례 이상 실시하는 한편, 이상 증상 여부에 대한 수시 관찰을 지시했다. 발생 농가로부터 위험(반경 500m~3㎞)ㆍ경계(3~10㎞)ㆍ관리(10~20㎞)지역 등에 따라 방역대를 재설정하고, 경계지역 내 362개 축산농가의 우제류 가축 7만4,294마리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 방역대 외에 김포로 통하는 도로에 차량 통제 초소를 추가 설치하는 등 제2의 방역망을 설정, 구제역의 내륙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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