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행 항공기 결항 사태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20일 인천국제공항. 공항 청사 2층 CIP비즈니스센터에 마련된 임시대기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바닥에 누운 채 비행이 재개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1층 한가족쉼터에 마련된 대기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부 여행객들은 기다리다 지쳐 책을 보거나 잠을 자고 있었고 일부는 혹시 하는 기대감에 국제선 출발 상황판이 마련된 공항라운지를 서성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후 1시16분께 갑자기 대기실이 술렁거렸다. 독일 뮌헨행 루프트한자 719편이 정상 이륙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러시아 상페테츠부르크행 비행기가 잇따라 결항하자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런던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로 향하는 여객기 8편이 결항됐고, 화물기는 5편이 못 떴다. 유럽에서 도착하는 여객기와 화물기도 각각 9편, 6편씩 결항됐다. 화산재 영향으로 결항이 시작된 16일부터 5일간 결항한 항공기는 출발 83편(여객 53ㆍ화물 30편), 도착 72편(여객 46ㆍ화물 26편)에 이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이 난민 아닌 난민이 돼 버린 이들에게 햄버거와 물, 샤워 시설 등을 제공해 최악의 상황만 겨우 면하고 있지만 불편은 말도 못할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는 영종도 내 호텔에 투숙 중이지만 대부분은 경비 부담 때문에 공항에서 노숙자 아닌 노숙자 신세로 지내고 있다. 공항공사는 이런 외국인이 공한 안에 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이들을 위해 비즈니스센터를 개방했고, 여성과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항상주 직원들 쉼터 문도 열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도 18, 19일 유럽행 항공기 탑승 예정자들에게 담요 500개를 긴급 배포했다. 각국 대사관 직원들 역시 자국민들의 상황을 챙기기 위해 공항으로 총출동했다.
하지만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지 않는 한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다. 한 영국인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영종도=강주형 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