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백악실.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회동이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서로 정중하게 대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은 자주 비판 논평을 내온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에게 웃으면서"살살 좀 하세요. 너무 세게 하지 말고"라고 말을 건넸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에게도 "얼굴이 좋으시네요, 이름이 (총재에서 대표로) 바뀌었다면서요"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100분 가량 이어졌다. 특히 야당 대표들 간의 이견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정부 불신', '안보 불안'을 강조하면서 대척점에 섰다. 이 대통령,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이 대표 등 세 사람 대(對) 정세균 대표의 대치 구도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른바 '북풍'(北風)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이 대통령이 먼저 "내가 북풍을 하겠다 하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 같다고 이야기하지 않았겠느냐"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할 것을 당부하자 이 대표는 "북풍이란 용어는 부적절하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정세균 대표는 "우리당에서는 북풍이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성 언급을 했다.
정세균 대표는 군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과 정몽준 대표, 이회창 대표 등은 "지금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롭게 혼자 서 있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고 "오늘 고맙다.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하고, 이례적으로 본관 입구까지 직접 내려와 3당 대표를 배웅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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