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鳩山) 일본 민주당 정부의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새 이전지 결정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정계에 ‘5월 위기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전 후보 지역 주민과 미국이 일본 정부의 계획에 반대해 5월 말 결론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퇴진 여론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내에서마저 중의원을 해산해 7월 참의원과 동시선거로 민의를 묻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일본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반세기만에 자민당 정권을 교체한 새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은 최근 일본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내각지지율은 아사히(朝日)신문이 17, 18일 실시한 조사에서 25%, 지지(時事)통신의 15일 조사에서는 24%를 기록했다. 출범 초기 70%를 웃돌던 지지율은 하토야마 총리, 오자와(小澤) 간사장 등 여권 지도부의 정치자금 논란에다 후텐마 기지 문제로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도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지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지지율이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떨어지자 아예 중의원을 해산해 다시 민의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마저 나오고 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담당장관은 최근 TV에 출연해 7월 참의원 선거 전 총리가 퇴진 압박을 받는다면 “논리적으로는 중ㆍ참의원 동시선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들도 후텐마 문제의 5월 결론이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경우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지고 총리 퇴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2, 3년 전 단명한 자민당 아베(安倍), 후쿠다(福田) 정부를 전례 삼아 ‘내각지지율+정당지지율’이 50% 미만이면 퇴진에 내몰린다는 법칙 아닌 법칙도 회자되고 있다. 아사히, 지지통신 조사에서 이 수치는 각각 48%, 41%로 이미 50%를 밑돌고 있다.
하지만 후텐마 문제의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하토야마 총리가 퇴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우선 총리 자신이 퇴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데다 관방장관 역시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정권교체로 새 정부가 출범한지 1년도 안 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민당과 다를 게 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목표로 하는 과반수 의석 확보는커녕 지난해 자민당을 연상케 하는 참패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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