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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과학의 날'과 기초과학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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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과학의 날'과 기초과학투자

입력
2010.04.2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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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다간 이공계는 완전히 황폐화할 거야”.

동료 교수들이 만날 때보다 늘어놓은 걱정과 하소연이다. 똘똘한 제자들이 “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고 한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공계 인재들이 경쟁이나 하듯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각종 고시 공부를 하느라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공계에서도 기초과학 분야의 엑소더스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미국 애플사의 태블릿 PC 아이패드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이 우리 기업 제품이라는 소식에 뿌듯해 한 적이 있다. 반도체와 IT 기술은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만들어 왔던 성장동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 후발국으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응용기술 분야의 과학기술 투자에 주력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지만, 선진국 추격형 성장전략만으로는 독자적인 기초과학 발전과 원천기술 창출에 한계가 있다.

선진국의 기초과학 투자 규모에 비해 절대 열세인 우리가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사업이 기초과학 부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 성공하려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성장 잠재력을 파악해 중점 투자분야를 선별하고 중ㆍ장기 발전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이 로드맵은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응용과학과 산업의 융합ㆍ 연계 차원에서 설계돼야 한다. 과거 테크노파크와 산업 클러스터에서 축적된 경험을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또한 기초과학의 메카가 될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신성장동력 사업 및 녹색뉴딜 정책과도 연계해 고급 일자리 창출을 담당해야 한다. 산업과 기초과학의 조화는 국가 경쟁력 제고와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다. 이공계와 기초과학 분야 기피는 미래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맘껏 연구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왜 이공계를 기피하고 과학자가 되기를 주저하겠는가.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과 첨단 의료시설이 들어서고 수준 높은 예술과 문화가 넘쳐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녹색 친환경과 첨단 유비쿼터스 시스템도 구축될 것이다. 수준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과학자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4월은 ‘과학의 달’이고 21일은 43번 째 ‘과학의 날’이다. 지금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은 대부분 대통령 아니면 과학자였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연예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청소년들은 의료인과 법조인을 꿈꾸고, 공무원과 교사 등 안정적 직업을 선호하는 현실이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어린이를 찾기 힘든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전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여러 사정으로 더딘 사업을 제 때 마무리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2015년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예정대로 완성돼 그 곳에서 성대한 ‘과학의 날’ 기념식이 열릴 때, 제자들의 손을 잡고 행복한 마음으로 참석하고 싶다.

오재응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한국소음진동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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