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발생한 두 가지 악재가 회복기 세계 경제를 흔들며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유럽에선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한 화산재가 '9ㆍ11 테러 이후 최악의 항공 물류대란'을 몰고 왔고, 미국에선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연방법원에 제소하며 오바마 정부의 월가 금융개혁에 불을 붙였다. 그 영향으로 어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도 요동쳤다. 유럽의 천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골드만삭스 사태의 파장과 후폭풍은 잘 살펴야 한다.
SEC가 밝힌 혐의는 골드만삭스가 2006~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초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팔면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리지 않아 큰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 상품을 만든 헤지펀드는 10억달러의 이익을, 골드만삭스는 1,500만달러의 수수료를 챙겼으나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손실이 됐다. 골드만삭스측은 "투자자들에게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 정부는 월가의 탐욕을 제대로 손보겠다는 태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서 논의 중인 금융개혁법안의 변질 가능성을 겨냥,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법안에 포함되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골드만삭스를 정조준한 것은 이 같은 의지의 표현이자, 월가에 대한 전면 조사 및 규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G20 정상회의 등에서 은행세 도입 등의 논의는 한층 급물살을 타게 됐다.
우리는 이번 파장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으나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 G20 정상회의 등에서 논의될 은행세 도입 등 글로벌 금융개혁의 방향과 관련한 입장도 서둘러 정립할 필요가 있다. 6월에 도입되는 '장외 파생상품 사전심의제'도 실효성 있는 장치를 갖춰야 한다. 금융은 속성상 고삐를 죄지 않으면 괴물로 변하기 마련이다. 시장을 선진화한다고 감독 및 규제를 허술하게 하다간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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