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항공ㆍ여행업계는 물론 화물기로 제품을 수출하는 전자업계 등 그 피해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잦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발이 묶였다.
무역협회는 1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노선 운항이 차질을 빚은 16일 이후 수출 차질액이 총 1억1,2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자제품의 수출 피해액이 9,520만달러로 가장 컸고, 기계류의 피해 규모도 760만달러에 달했다. 지금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각각 21편, 12편 결항된 상황에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결항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코트라(KOTRA)는 "현재의 화산활동을 감안하면 유럽 주요노선의 공항 폐쇄 기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무역협회도 "유럽 현지에 완제품 및 부품 재고가 있어 당장은 큰 피해가 없겠지만 항공운송 결항 및 지연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전자업계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항공편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는 품목 가운데 휴대폰과 LCD,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 비중이 84.6%에 이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유럽 내 재고물량이 충분해 피해가 미미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본사와 현지법인, 물류사를 연계한 상황실을 구축하는 한편 항공운항 재개시 물류 우선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재고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휴대폰을 중심으로 북유럽 물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팀을 꾸려야 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일부 유럽에서 폐쇄되지 않은 공항까지 수출물량을 운송한 뒤, 이후에는 육상루트를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항공사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결항이 생기면 왕복운항이 취소되는 만큼 한 편당 90만~100만달러 정도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현재는 화물운송 물량을 창고에 대기시킨 채 유럽지역 공항 사정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시 임시편을 증편할 계획이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경기회복세로 유럽 여행객이 꾸준히 늘던 상황에서 돌발악재를 만난 것.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이날까지 600여명이 유럽 여행을 취소했고, 유럽 현지에선 이 여행사를 통해 출국한 200여명이 귀국 항공기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의약품과 반도체 제조용 장비는 유럽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크기 때문에 국내 의약품 판매 및 제조업 생산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기업인들의 출장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7∼1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철강협회 이사회에 참석했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귀국행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귀국 이후 예정됐던 몽골 방문을 연기했다. 바이어 방한 역시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조선기자재 바이어 11개사로 구성된 구매사절단이 현지 공항 사정 때문에 20일 예정된 수출 상담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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