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출제자는 국방부. '천안함 침몰 원인은?'을 묻는 문제다. 너무 어려운 문제인가. 대통령도 눈물을 보였다. 천안함이 침몰된 지 벌써 26일째다. 자주국방을 외쳤던 우리 군의 실상이 이 정도였는가 싶다.
출제자인 국방부의 오답을 유도하기 위한 상습적인 거짓말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 분명한 것은 전쟁도 아니었고 교전도 아니었다. 남의 바다도 아닌, 우리 바다에 의연하게 떠있던 천안함이란 군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서 침몰했다. 구조 58명 사망 38명 실종 8명. 이제 해군은 자랑처럼 사용하던 수식어 '무적해군'을 다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답을 알지 못하기에 꽃 같은 청춘을 바다에 묻은 사망자와 실종자에게 미안하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더더욱 미안하다. 천안함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만이 유가족이 아니다. 그들을 피눈물로 마음에 묻은 국민들 모두가 유가족이다. 국민이 유가족이기에 이 문제의 답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정답이 아닌, 상상과 추측이 만들어내는 유언비어 같은 오답에 오싹해지기까지 한다. 정답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천안함 침몰로 목숨을 잃은 그들은 영웅이 될 수 없다. 전사자도 아니다. 이유를 모르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억울한 영혼'일 뿐이다. 정답을 알고 싶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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