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발 화산재 여파로 막힌 유럽 하늘 길이 좀처럼 시원하게 뚫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화산 폭발 이후 19일까지 취소된 유럽 항공편은 7만2,000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주나 아시아에서 귀향하려던 유럽인들은 졸지에 '공항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이 18일 운항을 재개하면서 이탈리아 로마와 그리스 아테네에 이어 유럽으로 향한 공항 하나가 더 늘었지만, 수십만명이 유럽행 티켓을 얻르려 필사적이어서 '집으로 가는 길'은 수월하지 않을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장장 60시간의 고행 끝에 고국에 도착했다. 핵 정상회의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를 탔으나 18일 오후에야 독일 땅을 밟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기나긴 여정을 '오디세이'에 비유했다. 메르켈 총리는 1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착륙해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 하루를 묶고 볼차노까지 36시간을 육로로 이동했다. 18일 오전까지 독일 영공 폐쇄가 풀리지 않자 또다시 버스를 이용해 850km를 달린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에 닿자 "집에 돌아와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독일 총리가 아닌 사람들은 60시간이 걸려도 집에 가기 힘들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는 천신만고 끝에 유럽에 도학한 사람들이 게시한 '집에 데려다 주세요' '재워주세요' 같은 글이 폭주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비행 정보를 파악하고 유럽을 함께 횡단할 사람이나 차편을 수소문하기 위해서다. 급기야 영국은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 군함을 파견해 귀국길을 돕기로 했다.
다른 대륙에 갇힌 유럽인들은 더 심각하다. 호주 콴타스 등 일부 항공사들은 호텔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환불이나 교환 티켓만 내준 경우가 더 많다. 거리로 몰린 승객들은 공항에서 노숙하면서 항공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딸과 아내와 함께 태국 방콕공항 플라스틱 의자에서 밤을 보냈다는 한 벨기에인은 18일 "하룻밤 더 공항에서 지내다가 (비행을 재개한) 로마행 표를 알아보겠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이들이 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운항 재개 즉시 표를 구하지 못할 경우 귀향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중동지역의 허브공항엔 유럽으로 향하는 환승 고객 7,000여명의 발이 묶여 있다.
매일 2억달러씩 손실을 보고 있는 유럽 항공사들은 지나치게 엄격한 유럽관제 당국에 대해 비상대책을 마련하려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유럽연합(EU) 27개국 교통장관들은 19일 화상회의를 열고"화산재 구름 상황을 감안해 조속히 공항 재개에 나설것"이라고 합의했다. 다행이 항공대란의 원인이 된 아이슬란드에 이야프알라요쿨 화산의 분출은 19일눈에 띄게 약화했다.
채지은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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