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한 FC 서울의 기세가 무섭다.
넬로 빙가다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8라운드를 마친 현재 6승 1패(승점 18)로 한 경기를 더 치른 경남(승점 17), 울산(승점 16)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서울의 올 시즌 전망은 사실 불투명했다. 2007년 부임 후 3년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이끈 세뇰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반납했고 공격 전술의 핵심이었던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의 공백을 메울 대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귀네슈호’ 시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까지는 ‘포스트 귀네슈’ 시대를 맞아 시도한 팀 재건축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 하다.
'공격 축구‘를 천명했던 귀네슈 감독 시절의 서울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빠르고 화려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했다. 그러나 기복이 심했고 승부처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주도권을 잡고도 패배한 경기도 많았다.
그러나 서울은 올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중력과 경기 운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지난 4일 수원전(3-1)과 18일 울산전(3-0)은 달라진 서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서울은 수원전에서 전반 24분 선제골을 터트린 후 상대 수비진이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8분간 두 골을 보태며 상대를 녹아웃 시켰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후반에는 ‘안전 운행’에 초점을 맞춰 승리를 지켜냈다. 울산전에서도 선제골로 앞서자 후반 들어 수비에 무게를 두며 안정된 경기를 펼쳤고 막판 총공세로 나선 상대 수비진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두 골을 더 수확, 3-0 완승으로 마무리했다. ‘실리 축구’의 본보기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경기 내용이었다. 지난해보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실속 면에서는 훨씬 앞선다.
서울의 이런 변화는 베테랑들의 가세로 한층 무게 중심이 실렸다. 서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외국인 공격수 데얀은 울산전 후 인터뷰에서 서울 상승세의 원동력을 ‘노련함’에서 찾았다. 데얀은 “귀네슈 감독 시절에 비해 전체적인 팀의 경험이 풍부해졌다. 이 점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덕장’ 빙가다 감독의 지도력 또한 서울의 상승세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카리스마로 팀을 이끈 귀네슈 감독과 달리 빙가다 감독은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부임 이후부터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항상 ‘팀이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데얀은 “올 시즌에는 모두가 즐긴다는 기분으로 연습하고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시즌 전 우승을 장담했던 귀네슈 감독 시절에 비해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덜해진 듯 하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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